급사 부르는 '이 병' 증상 없어도 수술→10년 추적→"수술이 옳았다"

정심교 기자
2026.03.26 06:00

[정심교의 내몸읽기]
서울아산병원,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 조기 수술 효과 관찰

강덕현(왼쪽)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조기 수술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어르신의 대표적 심장질환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증상이 없어도 일찍(조기) 수술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2019년 세계 최초로 발표된 바 있다. 이후 해당 연구 결과는 치료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됐지만, 조기 수술의 장기적인 효과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팀이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서 조기 수술의 효과가 10년 이상 장기적으로도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를 새롭게 발표하면서 세계 각국의 심장 전문가들로부터 주목받는다.

강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최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연례 미국심장학회에서 '세계적인 임상연구(Late Breaking Clinical Trial)'로 선정된 데 이어, 25일(미국 현지 기준) 전 세계 의사들의 임상치료 교과서로 불리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다.

NEJM은 피인용지수가 78.5로 네이처(48.5)나 사이언스(45.8)보다 높고, 전 세계 치료 지침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최고 권위의 의학논문 저널이다. 이로써 강 교수는 NEJM에 세 번째 논문을 게재하는 쾌거를 올렸다. 2012년 심내막염 연구로 NEJM에 첫 논문을 등재했으며,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조기 수술의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심장판막의 구조와 판막질환.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심장판막질환에 대한 연구 지원이 부족한 상황을 극복하고, 강 교수는 3편 논문 모두 직접 써 교신저자로 NEJM에 논문을 실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성과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의 대동맥판막이 노화에 의해 석회화되면서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질환으로, 고령 인구가 늘면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호흡곤란 △흉통 △실신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환자 3명 중 1명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다. 이 병은 증상이 없다가도 급사 위험이 커, 진단이 필수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표준 치료법은 손상된 판막을 기계판막 혹은 조직판막 등의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대동맥판막치환술'이다. 이때 중증이지만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경우, 최적의 수술 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전 세계 심장학계에선 오랜 논쟁을 이어왔다. 대동맥판막치환술의 합병증 위험을 우려해 주의 깊게 관찰만 하다가,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을 시행하는 보존적인 진료 방침을 권고했었다.

그러나 2019년 강 교수가 발표한 '증상이 없어도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조기에 수술하는 게 심혈관 사망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NEJM에 게재됐고, 2025년 해외 연구진이 발표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에서 조기 시술의 안정성과 효과가 확인됐다.

이로 인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증상이 없어도 진단 후 2개월 이내에 조기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시행하는 게 전 세계 진료 지침에 포함됐다. 하지만 수술한 인공판막의 장기적인 내구성 한계, 항응고제 장기 복용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으로 조기 수술의 사망 감소 효과가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할 지는 불명확했다.

이에 강 교수팀은 2010년 7월~2015년 4월 판막 입구가 0.75㎠ 이하로 좁아진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145명을 대상으로, 조기에 수술을 받은 73명, 보존적 치료받은 72명을 10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조기 수술군 환자들은 진단 후 2개월 내에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시행했으며, 보존적 치료군 환자들은 관찰 기간 중 증상이 나타나면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시행했다.

평균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수술 사망 또는 심혈관 사망 발생률이 보존적 치료군에서 24%인데 반해 조기 수술군에서는 3%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모든 원인에 의한 전체 사망률도 보존적 치료군에서 32%, 조기 수술군에서 15% 발생해 절반 가량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도 보존적 치료군에서 19% 발생한 것에 반해 조기 수술군에서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동맥판막치환술 재수술이 필요한 비율은 보존적 치료군 6%, 조기 수술군 4%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또 시간 경과에 따른 사망 위험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더니, 10년 경과 시 수술 사망 또는 심혈관 사망 발생률이 보존적 치료군에서 19%에 달했지만 조기 수술군에서는 1%로 월등하게 낮았다. 특히 보존적 치료군 환자 가운데 5년 경과 시 74%, 10년 경과 시 97%가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조기에 수술해도 인공판막 기능 부전, 항응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낮아 결과적으로 조기 수술의 사망 감소 효과가 10년 이상 지속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 교수는 "우수하고 열정적인 심장혈관흉부외과 의료진의 지원에 힘입어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고,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내 전 세계 심장환자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10년 이상 연구를 수행한 덕분에 이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중증 대동맥판막환자들은 증상 없는 기간에도 판막 협착이 심해지면서 심장이 망가져 급사할 위험이 증가하고, 증상이 발생하면 판막치환술을 시행해도 손상된 심장이 회복되지 않아 심혈관 사망 위험이 지속할 수 있다"며 "증상이 없어도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았다면 전문의의 권고대로 조기 치료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