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통한 질환·사회적 비용, 제조사 배상 근거 마련 추진
건보公·업계 손배소 대법행… 입법 움직임, 재판 영향 관심

담배로 인한 건강상 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담배회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담배책임법'(가칭) 제정 청원이 국민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로 넘어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에 제기한 소송에서 2심도 패소한 가운데 새로운 법안제정이 '반격카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담배책임법 제정요청에 관한 청원'은 지난 15일 5만1937명의 동의를 얻어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됐다.
청원을 한 명승권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교수)는 "담배로 인한 암·심혈관질환·호흡기질환 치료비는 국민의 혈세(건강보험 재정)로 부담하지만 담배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담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의료비 등 손해배상을 담배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담배책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 회장은 청원 글에서 이 법안이 담배소송에 활용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도 내비쳤다. "같은 담배, 같은 니코틴을 두고 우리나라만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하는 이유는 담배회사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담배책임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법원은 공단이 담배회사 3곳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공단은 2014년 폐암과 후두암 등 흡연과 관련성이 높은 암진료비 부담을 담배회사에 물어야 한다며 533억원 규모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533억원은 20갑년(20년 이상 하루 한 갑씩 흡연) 이상,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이면서 폐암 및 후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지급한 급여비를 환산한 액수다. 그러나 재판부가 △폐암발병에 흡연 외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고 △공단의 보험급여 지출은 보험관계에 따른 것이지 피해자로서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소송에서 연패했다. 공단은 판결 직후 즉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바뀔지는 미지수다.
다만 일각에선 국민의 동의를 얻은 담배책임법 제정 움직임이 담배소송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캐나다는 '담배손해및치료비배상법'이 제정되며 진료비 회수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인정하는 한편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이 완화됐다. 이를 근거로 캐나다 정부는 장기간 법정다툼을 벌인 끝에 지난해 담배회사로부터 325억 캐나다달러(약 35조원) 규모의 배상합의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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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회장은 "담배소송의 주체가 개별환자가 아닌 공단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담배책임법은 오래전부터 그 필요성이 강조됐다"며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궁극적으로 '담배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담배사업법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당장은 대법원 상고심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