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세포 키우는 비밀 밝혀졌다…'이 단백질', 암세포 지방합성 조절

홍효진 기자
2026.04.13 09:30

[의료in리포트]
백혈병 세포가 지방산 합성 촉진·성장…분자적 원리 규명
"암세포 증식 돕는 '손(SON) 단백질' 역할 밝혀"

김정현 국립암센터 암전이연구과 박사. /사진제공=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세포가 지방산 합성을 촉진해 성장하는 분자적 원리를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정현 국립암센터 암전이연구 박사 연구진은 '손(SON) 단백질'이 백혈병 세포 내 지방산 합성을 늘리고 암세포 분열과 생존을 촉진하는 핵심 조절자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손 단백질은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 때 리보핵산(RNA)에서 필요한 부분만 정확히 골라 이어 붙이도록 돕는 조절 단백질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소아에게 가장 흔한 혈액암이다. 치료 성과가 향상됐지만 일부 환자는 치료 저항성과 재발을 겪는 등 불량한 예후를 보인다.

최근엔 암세포가 빠른 성장에 필요한 지방산을 외부에서 공급받는 대신 직접 합성한단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다만 백혈병에서 이러한 지방산 합성을 어떤 단백질이 촉진하는지와 그 조절 원리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백혈병 세포의 지방산 합성을 조절하는 분자적 요인을 찾기 위해 유전체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예후가 불량한 환자일수록 손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성되는 특징을 확인했다.

손 단백질은 RNA 스플라이싱(유전자가 전달한 RNA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필요한 부분만 연결해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하는 과정) 기능을 가진 단백질로, 지방 합성의 핵심 전사 조절자인 SREBP1이 원활하게 생성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SREBP1은 세포가 지방산을 합성하도록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하는 핵심 조절 단백질이다. 암세포 성장에 필요한 지방 생산을 크게 늘리는 기능을 한다. 이 과정이 활성화되면 SREBP1이 지방산 합성 효소를 켜고, 세포막 구성 성분을 끊임없이 공급해 백혈병 세포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손 단백질을 억제하자 SREBP1 발현과 지방산 합성이 함께 감소하고 백혈병 세포 분열 속도도 뚜렷하게 억제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특히 정상 혈액세포에는 큰 영향이 발견되지 않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표적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연구 책임자 김정현 박사는 "암세포가 필요한 지방을 스스로 만들어 쓰는 대사 체계를 손 단백질이 조절한단 사실을 규명한 연구"라며 "손 단백질 또는 지방산 합성 경로를 겨냥한 치료 전략이 난치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의 새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암전이연구과 조주영·최상아·박성식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어드밴스드 리서치'(JOURNAL OF ADVANCED RESEARCH, IF 13.0) 2026년 3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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