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좀 더 잘래"...춘곤증인 줄 알았더니 봄철 '이 질환' 경고

박정렬 기자
2026.04.14 12:00
우울 관련 지표 추이/그래픽=김지영

우울감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요인은 '수면'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너무 많이 자도, 덜 자도 우울증을 경험하거나 경험하고 있을 위험이 커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14일 '2025 지역사회건강조사'를 토대로 우울 관련 지표를 심층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매년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21년 3월 △2022년 4월 △2023년 5월 △2024년 4월 등 모두 봄으로 나타났다.

질병청 관계자는 "봄철은 일조량 증가와 환경 변화, 생체리듬 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울감과 자살률이 증가하는 계절(스프링 피크)"이라며 "정신건강에 대한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된다"고 말했다.

우울 증상 유병률 ↑…상담률은 27%

한국인의 우울 지표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 질병청이 전국 23만여명이 참여한 지역사회건강조사를 분석한 결과 최근 2주 동안 우울한 사람(우울 증상 유병률)은 2017년 2.7%에서 2025년 3.4%로 0.7%포인트(P) 증가했다.

또 1년 내 2주 연속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우울감을 느꼈다는 비율(연간 우울감 경험률)도 2016년 5.5%에서, 2023년 7.3%까지 증가한 이후, 2025년 5.9%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문제는 우울한 사람조차 전문가를 잘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의원이나 전문기관을 찾아 상담받았다는 비율이 2025년 27.3%로 4명 중 1명에 그쳤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낙인은 조기 치료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라 지적했다.

20~30대, 70대 여성 '위험'

우울 증상 유병률은 특히 20~30대 여성과 70세 이상 여성에서 높았다. 남성은 여성보다 전반적으로 낮지만 70세 이상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70대 이상 1인 가구의 우울 증상 유병률은 8.9%로 전체 유병률(3.4%)보다 2.6배나 높았다.

우울증상 자가테스트(PHQ-9)/그래픽=김지영

고령을 비롯해 무직(1.7배), 월 소득 200만원 이하(2.6배)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우울 위험이 높았다. 정선재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미혼·이혼·사별, 무직·비정규는 우울 위험과 연결된다"며 "이런 사회적 요인은 개인 치료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질병청 조사 결과 우울 증상과 관련한 주요 지표 1위는 수면시간이었다. 7~8시간 잠을 자는 사람보다 6시간 이하나 9시간 이상 잠을 자는 사람은 우울 증상 위험이 2.1배 높았다.

사회적 관계와 건강행태 역시 주요 지표로 지목됐다. 조사 결과 친구와 월 1회 미만 교류하면 2배, 이웃 간 신뢰가 낮은 경우 1.8배 우울 증상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행태에서는 흡연(1.7배), 신체활동 부족(걷기 1.4배, 근력운동 1.2배), 고위험 음주(1.3배) 등이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우울증상 유병률 수준을 색으로 표현한 지도. 색상이 진할수록 유병률이 높은 것./사진=질병관리청

우울 증상 유병률은 전국적으로 편차를 보였다. 울산, 충남, 대전, 인천은 유병률이 높지만 광주와 전북, 부산과 대구, 경남은 반대로 유병률이 낮았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9년간 울산(3.3%p↑), 대전(1.2%p↑), 경기(1.0%p↑)와 강원(1.0%p↑)은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광주(1.8%p↓), 충남(0.8%p↓), 전북(0.7%p↓) 등은 유병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 교수는 "우울증은 만성질환임에도 의료·지역사회 간 연계 부족, 사회적 낙인 등으로 치료를 시작하기도, 이어가기도 어렵다"며 "세대별 맞춤형 선별검사와 조기 발견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실업, 부채, 주거 불안 등 사회적 위험요인을 고려한 통합적 지원과 지역사회 기반의 연결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번 심층분석을 통해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적정 수면과 사회적 관계 유지 및 건강한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집단과 주요 관련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거 중심의 지역 보건정책을 수립·추진할 것"이라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