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으로 '우울증 고위험군' 골라낸다…조기 판별모델 구축

홍효진 기자
2026.04.15 10:12

고대안암병원-ETRI 공동연구
'디지털 피노타이핑' 기반 정신건강 판별모델 구축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만으로 우울증과 불안장애 고위험군을 조기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철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김아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스마트폰 센서 데이터와 일상적 짧은 응답만으로 우울증과 불안장애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디지털 피노타이핑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디지털 피노타이핑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개인 행동과 상태 변화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이 생성하는 활동량과 위치 정보, 수면과 생활 리듬 데이터를 활용하면 정신건강 위험 신호를 이른 시점에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국내 성인 455명을 대상으로 28일간 스마트폰 가속도계와 GPS 데이터를 수집하고 일일 기분 상태 등에 대한 간단한 응답을 함께 받았다. 이후 주 1회 우울·불안 평가도구를 통해 고위험 여부를 판정, 머신러닝 기반의 위험군 판별 모델을 구축했다.

분석 결과 우울·불안 고위험군은 저위험군 대비 뚜렷한 행동 패턴 차이를 보였다. 우울 고위험군은 주중 이동 반경이 25㎞ 미만으로, 80㎞ 이상 이동반경을 보인 저위험군보다 현저히 좁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은 더 길었다. 고위험군은 수면 중 움직임이 많고 수면 시간이 불규칙한 경향을 보였다.

특히 우울 고위험군은 저위험군보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깨는 시간이 더 늦고 변동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울과 불안 고위험군에서 생활 반경 축소와 수면·생체 리듬의 흔들림이 디지털 행동 지표로 확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같은 데이터를 머신러닝 모델에 학습시킨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고위험군 탐지에선 최대 0.83, 불안장애 고위험군 탐지에선 최대 0.86의 AUC를 기록했다. AUC는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판별 성능이 높단 뜻이다. 특히 스마트폰 센서 데이터만 활용하는 것보다 센서 데이터와 자기보고 응답을 결합한 경우 가장 높은 성능을 보였다.

조철현 교수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디지털 피노타이핑 기술이 일상에서 우울과 불안을 조기에 선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라며 "향후 이 시스템이 적기 개입(Just-in-Time Adaptive Intervention) 모델과 결합하면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을 넘어 실시간 맞춤형 관리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지원을 받아 수행된 '메타버스를 활용한 정신의학 근거 기반 실생활 적용 비대면 정신건강 고위험 선별 시스템 개발' 연구의 성과다. 연구 논문은 국제 디지털 건강 중재 학회인 ISRII(International Society for Research on Internet Interventions)의 공식 학술지 '인터넷 인터벤션'(Internet Interventions)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