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영권도 요구… 삼성바이오 '몸살'

박정렬 기자, 김선아 기자
2026.05.04 04:06

인사 등 사전협의·임금 14% 인상 주장… 창사 첫 총파업
손실 1500억원 추산… CDMO 경쟁력·신뢰 하락 우려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사업장 앞에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송도(인천)=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2011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임금인상뿐 아니라 M&A(인수·합병) 같은 민감한 경영 관련 사안까지 '협상테이블'에 올려 사측을 압박한다. 매출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기업간 신뢰가 중요한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사업 특성상 미래 성장세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하 중부청)의 중재로 노사협상을 진행한다. 노조는 지난달 28~30일 부분파업에 이어 이달 1일부터 전면파업을 진행 중이다. 노조가 추산한 참여인원은 2805명으로 전체 노조원의 70%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아토피치료제 등 23개 제품의 배치(Batch·동일한 조건에서 한 번의 제조로 얻은 제품단위) 생산프로세스가 중단됐다. 손실규모는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사측이 법원에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에선 추정 손실액이 최대 6400억원에 육박했지만 공정조율 등을 통해 손실규모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노사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린다. 노조는 약 14%의 임금인상과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임직원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등을 요구한다. 또 "경영진의 비정상적 의사결정이 반복·누적돼 조합원들의 불신이 강하다"며 채용·승진·징계 등의 인사·제도운용 전반을 노조와 사전에 합의하라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지급여력과 미래성장 재원확보 등을 감안해 6.2%의 임금인상률, 일시금 600만원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노조의 인사·경영권 참여는 "경영진의 고유권한"이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규채용, 인사고과, M&A 등 핵심 경영사안에 대해 노조의 사전동의를 받는 것은 의사결정의 '속도'와 '효율성'을 떨어트려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도 "채용, 신기술 도입, 공장확장 등의 결정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으로 노조의 고용안정성만을 이유로 이를 제한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시장도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사는 지난 3월부터 13차례 교섭과 대표이사 면담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중부청 주관으로 간담회를 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간담회 당시 휴가로 해외에 머문 노조위원장은 2차 간담회엔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의 임금상향 등의 요구는 성장을 위한 재원확보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에 대해 회사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추가 피해예방과 기업환경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에는 "파업 중에도 노동부(중부청)의 중재에 응한 것은 대화와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비상식적인 요구와 강압적인 파업강요를 중단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직접적인 손실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경쟁력이 저하돼 장기적으로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살아 있는 세포를 다루는 CDMO는 연속 공정의 안정성이 품질경쟁력과 직결된다. 납기지연 등 공급망 안정을 이유로 고객사가 위탁물량을 경쟁사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CDMO를 비롯한 바이오산업은 상호신뢰가 최우선인데 전면파업은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고객 유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고 원만하게 합의점을 찾는 것이 국내 바이오산업 육성과 글로벌 제약사 연구·공장유치 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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