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성 대상 연구에서 10명 중 6명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된 상태였습니다. HPV가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구인두암도 유발하는데 남성 구인두암이 늘고 있습니다. 이제 남녀 모두가 HPV 백신을 접종하도록 해야 할 때입니다."
김동현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에서 한국MSD가 개최한 'HPV 국가필수예방접종(NIP)의 새 기준, 남녀 모두접종' 미디어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달 6일부터 정부가 12세(현재 2014년생) 남성 소아청소년에 HPV 백신 접종을 무료로 지원하는 가운데 해당 연령이 아니더라도 남녀 모두 암 예방을 위해 HPV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HPV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으나 질암, 항문암, 구인두암, 외음부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한다. 국제인유두종협회(IPVS)에 따르면 전 세계 발생 암의 약 5%가 HPV로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HPV 감염 신고자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남성 감염도 증가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HPV 병원체 보유자 신고자 수는 2020년 1만945명에서 2024년 1만4534명으로 약 32.8% 증가했다. 남성의 경우 117건에서 214건으로 82.9% 급증했다. 2014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국내 남성 4만406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59%가 HPV DNA 양성 반응을 보였다.
HPV 감염이 주 원인인 생식기 사마귀의 2024년 국내 남성 환자는 4만8017명으로 여성 환자 9600명 대비 약 5배 많았다. 두경부암 남성 환자수는 2020년 9만3208명에서 2024년 11만5474명으로 23.9% 늘었다. 구인두암 남성 환자수도 같은 기간 4388명에서 5586명으로 2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은 6만1892명에서 7만1135명으로 14.9% 증가했다.
김 교수는 "남성도 HPV 관련 암 부담을 짊어지고 있고, 영국에서는 구인두암 발생 수가 자궁경부암 숫자를 넘어선지 꽤 됐다"며 "HPV 백신은 여자들만을 위한 백신이 아니다. 남녀 모두 암 예방을 위해 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달리 우리나라에서 HPV 백신 접종에 무관심했고 이제야 겨우 올해 5월에 남자 소아청소년의 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이 시작하게 된 배경"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여자 청소년의 HPV백신 1차 접종률은 86.2%인 반면 2023년 기준 남자 청소년 접종률은 0.2%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 자연소멸하지만 몸에 남는 경우 특정 암과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HPV는 여성 대비 남성에서 전파율이 1.6배 높다"며 "남자들에서 바이러스가 제거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무증상으로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본인도 모르게 바이러스를 전달한다"고 했다. 또 "연령 증가에 따라 HPV 감염률이 낮아지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20~40대까지 감염률이 약 40~50%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나 새 HPV 감염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HPV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면역원성이 높은 9~14세에 백신을 접종하면 좋다고 했다. 김 교수는 "9~14세 2번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성인이 되고 3번 접종하는 것보다 면역원성이 높아 빠른 개입이 필요하다"며 "우리 아들들(20세, 22세)에게도 이미 HPV 백신을 접종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에서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4가 백신을 무료로 지원하는데, 이를 9가 HPV백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4가 HPV 백신은 HPV 관련 암을 70%까지 예방하는데, 9가 HPV백신은 이를 90%까지 확대할 수 있다"며 "미국은 9가 HPV백신이 나온 이후 2·4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도 이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결코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9가 HPV백신 접종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한다. 이는 의지의 문제"라며 "생각이 바뀌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HPV 예방접종 12살은 너무 이른 것 아닌가.
▶전혀 이르지 않다. 매우 적절하다. 허가받은 9세부터는 접종했을 때 이득이 분명히 있다. 12세 접종 못했다면 성인 시기에도 접종하면 도움이 되겠다. 남녀 모두에게 필요하다.
-12세가 아닌 남성청소년이나 성인 남성도 예방이 필요한가.
▶14세라고 해도 여전히 빠른 접종의 이득이 있는 연령에 들어간다. 15세 미만일 때다. 현재 선택 예방접종으로 할 수 있다. 내 아이의 잠재적 위험을 접종을 통해 없애고자 하는 보호자의 의지가 있다면 그 접종은 지침상이나 의학적으로 지극히 정당한 것이다. 성인 남성은 허가연령까지 가능할텐데 첫 성경험이 있었다면 그 효과가 9~14세 접종보다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그만큼의 이득은 존재한다. 성경험을 했다고 해서 모든 고위험 HPV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또 여성처럼 자기 면역을 갖지 못해서 접종의 이득이 있겠다. HPV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것은 "내 아들이 나중에 몰 자동차의 에어백을 빼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아들에게 HPV 바이러스나 질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배우자 보호뿐 아니라 본인 보호 측면이 있다. 구인두암, 항문암, 음경암까지도 본인에게 예방 이득이 있다. 부모님이 확실하게 이거에 대해 이해하고 담당 의사와 상의한 후 접종으로 이끌어주는 게 좋겠다.
-HPV 백신 말고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접종해야 할 예방접종 백신은 어떤 것이 있나.
▶파상풍 백일해, 일본뇌염 사백신 5차 접종이 12세까지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졸업하게 된다. 이때 맞는 백신과 HPV 백신은 동시 접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