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들이 국산신약 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올해 바이오벤처의 신약 2개 품목이 승인받은 뒤, 후속 허가를 대기 중이다. 기술수출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벤처의 사업 구조가 자체 신약 품목 확보를 통해 한층 진화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큐로셀의 CAR-T 치료제 '림카토주'와 퓨쳐켐의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뷰'는 올해 들어 각각 국산신약 42호와 43호로 허가받았다. 여기에 셀비온의 전립선암 치료제 '포큐보타이드' 역시 연내 허가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는 올해가 역대 가장 많은 바이오벤처 국산신약이 배출되는 해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산신약 시장은 오랜 기간 전통 제약사 중심 구조였다. 국산신약 1호인 SK케미칼 '선플라주'(1999년 허가)부터 최근 허가 품목들까지 대부분이 자체 생산시설과 영업망을 보유한 중견·대형 제약사 손에서 나왔다. 바이오벤처는 후보물질 발굴과 초기 임상에 강점을 보였지만 실제 허가 단계까지 도달하는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허가된 41개 국산신약 가운데 순수 바이오벤처가 개발한 치료제는 젬백스앤카엘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2014년)와 CG인바이츠(舊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골관절염 소염진통제 '아셀렉스'(2015년),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 정도가 꼽힌다.
다만 해당 품목들은 상업적 성공 사례로 이어지지 못했다. 리아백스주는 조건부 허가 이후 확증 임상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며 허가가 취소됐고, 아셀렉스는 판매는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 존재감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렉키로나주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환경 속에서 허가된 치료제로, 엔데믹 전환 이후 시장 자체가 급격히 축소됐다.
이는 그동안 바이오벤처 국산신약이 상업화보다 '허가 자체의 상징성'에 의미를 부여한 배경으로 꼽힌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9월 메디톡스의 '뉴비쥬주'가 국산신약 40호로 허가받았지만, 턱밑 지방 개선 목적의 지방분해주사제라는 점에서 치료보단 미용 목적에 가까운 품목으로 분류된다.
반면, 올해 허가 또는 허가 기대 중인 품목들은 상징성 이상의 의미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달 허가받은 림카토주는 처음으로 허가받은 국산 CAR-T 치료제다. CAR-T는 환자 면역세포를 직접 조작하는 첨단 세포치료제로 제조와 품질관리(CMC) 난도가 매우 높은 분야로 꼽힌다. 단순 후보물질 개발을 넘어 생산과 공급 체계 구축 역량까지 확보해야 실제 상업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방사성의약품은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주목받는 시장이다. 특히 전립선암 표적 단백질인 PSMA 기반 방사성의약품은 노바티스의 플루빅토 성공 이후 글로벌 경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퓨쳐켐과 셀비온 모두 해당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국내용 품목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품목 허가를 신청한 포큐보타이드의 경우 국산 최초의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탄생 기대감을 키우는 중이다. 포큐보타이드는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공개한 임상 데이터를 통해 종양반응을 넘어 생존지표에서도 의미있는 수치를 확보하며 허가 기대감을 높인 상태다.
업계는 해당 변화가 국내 바이오벤처 사업 모델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 중이다. 그동안 바이오벤처들은 기술수출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초기 후보물질 개발과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고 계약금과 마일스톤(기술료)을 확보하는 구조다. 이는 글로벌 상업화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기에 규모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내 바이오벤처에 적합한 사업 모델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 허가를 통한 상업화 경험 확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 계약금 기반 매출 구조만으로는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실제 허가 경험과 상업 품목을 확보할 경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기술이전 협상에서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큐로셀과 셀비온 모두 국내 허가를 기반으로 해외 파트너십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바이오벤처가 개발한 국산신약이 허가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면 최근 품목들은 실제 시장성과 글로벌 사업 확장 가능성을 함께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바이오벤처의 전략이 기술수출 중심 구조를 넘어 직접 상업화 단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의 허가 품목 배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