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살로 응급실 가도 절반 이상 '방치'…'사회 안전망' 재설계해야

단독 자살로 응급실 가도 절반 이상 '방치'…'사회 안전망' 재설계해야

박미주 기자, 박정렬 기자, 정기종 기자
2026.08.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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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자살 줄어든 대한민국, 희망 이어가려면④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자살 예방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가자살대응실도 신설한다. 다행히 증가세였던 한국의 자살 사망자 수는 지난해부터 감소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자살 사망자 수는 2003년 이후 2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2024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인 조자살률은 29.1명,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6.2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 10.8명 대비 2.4배에 달한다. 청소년 자살도 증가세다. 이에 '자살 없는 희망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짚어봤다.
전국 전체 자살 시도자와 사후관리 서비스 받는 사람 비율/그래픽=이지혜
전국 전체 자살 시도자와 사후관리 서비스 받는 사람 비율/그래픽=이지혜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가게 된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사후관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자살 재시도자 비율은 40%가량이며, 관리를 받더라도 지역사회에서 관리받는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자살 시도자들을 관리하고 궁극적으로 큰 시각에서 '살기 좋은, 희망 있는 사회'를 만드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고위험군 핀셋 정책 지원, 자살자 심리부검 확대, 구체적 통계 체계 확보, 우울증 등 신약 급여 도입 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작년 응급실 간 자살 시도자 중 49.7%만 사후관리 받아…40% 자살 재시도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기준 지난해 응급실에 방문한 자살 시도자 수는 2만8996명이다. 2년 전 3만9404명보다 26.4% 감소했다. 그러나 이 중 국가가 심리상담,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사후관리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친다. 지난해 사후관리 비율은 49.7%로 2023년 48.7%에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응급실에 방문하지 않은 자살 시도자 수를 감안하면 자살 시도자 관리 비율은 더 떨어진다.

'자살 시도자 응급의료체계 모형 개발 연구'(2019년)에 따르면 사후관리를 받지 않은 경우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12.5%로 관리 받은 사람 4.6% 대비 높았다. 이에 모든 시도자의 사후관리가 필요하지만 아직 안 되는 셈이다.

지난해 사후관리 사업 참여 응급의료기관 내원자 중 자살 '재시도자' 현황/그래픽=김지영
지난해 사후관리 사업 참여 응급의료기관 내원자 중 자살 '재시도자' 현황/그래픽=김지영

응급의료기관 내원자 중 자살 재시도자 비율은 확인된 것만 40% 안팎이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사후관리 서비스 참여 응급실에 방문한 자살 시도자 2만2868명 중 37.3%인 8541명이 자살 재시도자였다. 51.0%는 자살을 처음 시도한 사람이었고, 나머지 11.7%는 재시도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 자살을 한 번 시도한 사람은 일반인 대비 자살 위험이 25배 이상 높다.

일부 시도자는 정부의 자살 사후관리 서비스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해 사망·전원으로 인한 중복을 제외한 자살 시도자 2만1406명 중 32.7%가 서비스에 동의하지 않아 사실상 방치됐다.

병원에서 사후관리 서비스를 받더라도 이후 지역사회로 연계되는 비율은 40% 안팎에 불과했다. 지난해의 경우 병원 사후관리를 4회 이상 수행한 자살 시도자 중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에 최종 연계된 사람 수는 4844명으로 44.0%였다.

병원 사후관리 종료 후 지역사회 최종 연계성공자 수 및 연계율/그래픽=김지영
병원 사후관리 종료 후 지역사회 최종 연계성공자 수 및 연계율/그래픽=김지영
"자살 사후관리 제대로…우울증 신약 급여, 심리부검 권한 확대 등 필요"

남 의원은 "자살 시도자는 재시도 위험이 높아 응급실에서부터 적극적인 개입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사후관리 사업을 더 확대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까지 끊김 없이 연계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 사망자의 죽음 관련 원인을 분석하는 심리부검 역시 폭넓게 실시해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예방 정책에 반영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자살 재시도 위험성이 높은 분들은 나라에서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는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적으로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위험군에 한해 우울증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지원도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 교수는 "우울증이 심하고 자살충동이 있을 때 코에 스프레이처럼 뿌려 빨리 치료하는 신약이 있지만 약 값이 한 달에 백만원 단위로 들어 사실상 쓸 수 없다"며 "다른 우울증 약들은 효과가 느리고 약 먹고 좋아진다고 해도 보통 한 달 뒤"라고 언급했다. 이어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에 한해서라도 우울증 신약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의 체계적 채무 유예 체계, 구체적 통계 확보, 심리부검 분석관 권한 확대 등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국민생명안전위원회 부위원장,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영국에 자살 위기자의 채무를 유예하는 '브리딩 스페이스' 제도가 있는데 본인이 직접 신청한 경우는 3%가 안 되고, 20%가 가족, 60%는 국가 기관인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이 대신 신청한다"며 "도덕적 해이가 없는 선에서 우리도 이런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회장은 또 "핀란드는 자살 사망자 대상 심리부검 전수조사로 자살률을 낮췄는데, 우리는 전수조사가 쉽지 않지만 분석관이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게 권한을 확대해줘야 한다"며 "영국에선 청소년 사망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조사로 결정적 자살 원인을 파악했는데 이런 권한이 실질적 분석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자살 통계가 매우 늦게 나오는 데다 몇 명이 시도해 어떻게 됐는지 통계가 없다"며 "세분화된 통계를 확보하고, 좀 빨리 나오는 경찰 집계 잠정치도 구체적으로 공개해 원인에 따른 선제적 자살 대책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안전펜스에 SOS생명의전화가 설치돼 있다./사진= 뉴시스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안전펜스에 SOS생명의전화가 설치돼 있다./사진= 뉴시스
'열심히 살면 도와주는' 희망 사회 만들어야…구조적 대안도 필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게 아닌, 열심히 살수록 더 지원해주는 희망이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지영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본부장은 "민생 지원금 같은 정책이 자살 감소에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이런 건 정말 어려운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주면 좋겠다"며 "최근 정부가 일부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했을 때도 열심히 빚을 갚았던 자영업자들이 좌절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러 연체하고 파산 신청하는 분들이 있어 열심히 살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고 말하는 자영업자도 있다"며 "열심히 살려는 사람들이 더 잘 살게 하는 '선순환 복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SNS, 연예인들의 사생활 공개, 사는 지역과 대학 등의 계급화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하는 것들이 많다"며 "자살을 막는 정책뿐 아니라 국민이 살고 싶다고 느끼는 사회, 내일을 기대하며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명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 대책이 자살의 순간에 가까이 가 있는 분들에 대한 조치 위주"라며 "노동, 주거, 교육 등 구조적 분야에서 안정적인 것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다슬 인제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정부가 단순히 정신건강, 경제적으로 위험한 사람 위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다양한 삶의 궤적에 대한 조건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20~30대 여성은 자살률 증가가 두드러지는 인구집단인데 이에 대한 이해, 근본적 원인 분석으로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설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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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보건정책, 제약업계 등 담당합니다.

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articles on medicine, pharmaceuticals, and biotechnology

정기종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정기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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