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수명 연장은 노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의미 있는 일로 인류의 위대한 성취 중 하나로 인식해야 합니다."
노인보건정책 분야의 권위자인 이윤환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보건대학원장)는 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6년 건강보험 글로벌 포럼' 기조 강연을 통해 건강·노화 연구의 필요성을 이렇게 역설했다.
이날 글로벌 포럼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초고령사회 대응과 보건의료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보건의료·장기요양 전문가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올해는 '건강노화로의 여정: 활기찬 삶, 존엄한 노년(Healthy Ageing with Vitality and Dignity)'을 주제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주체적인 기능 유지와 존엄한 노후를 가능하게 하는 '건강 노화' 실행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강연에 나선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의 특징은 일반 고령이 아닌 80세 이상 연령층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비범한 장수'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90세 심지어 100세까지 사는 것도 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90세 이상 초고령층은 2022년 27만여명에서 2072년 274만여명으로 10배가량 급증할 전망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이 기간 0.52%에서 7.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00세 이상도 같은 기간 6909명(0.013%)에서 21만여명(0.56%)으로 빠르게 늘 것으로 점쳐진다.
초고령층의 증가는 한국인의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초고령화에) 의료 수요와 필요가 복잡하게 변화하고 지원 체계 유형도 달라지고 있다"며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이 정도의 규모와 복잡성을 지닌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있게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건강 수명의 증가를 위해 △질병 중심의 거버넌스 △노인 전문의 육성을 위한 국가 공인 교육 과정의 부재 △파편화된 노인 서비스 재원 등을 '해결 과제'로 지목했다. 이어 "건강 노화 현황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이런 데이터와 지표를 바탕으로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려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올해 시작된 통합돌봄 역시 다양한 요구를 가진 노인들이 적절한 시기에 끊김없이 적합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분절화된 시스템의 통합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노화와 장수 자체가 최종 치료 목표가 되고 있다며 연구개발(R&D)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정부가 주도해 '고령화 연구 센터'와 같은 플랫폼을 만들어 자금 지원·연구 인력 유치·산업계 참여를 끌어낸다면 "AI(인공지능)와 맞물려 개인화된 '맞춤 의학'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교수는 "건강 노화는 노인기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초년기 시작해 일생동안 이어져야 한다"며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 생애주기에 걸쳐 세대와 분야, 기관을 아우르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초고령사회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기대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노년의 전 과정에서 삶의 의미와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글로벌 표준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