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암이 뇌로 전이되고 나면 전신에 있는 암보다 더 빨리 자라고, 더 잘 없어지지 않니다. 척수강 주사를 하더라도 반응률이 높지 않은데, 'VRN11'은 매일 경구용(먹는) 약을 통해 높은 약물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환자와 의사 입장에서 가장 좋은 점입니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지난 8일 인천 송도 보로노이 본사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로노이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표적치료제 'VRN11'과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고형암 표적치료제 'VRN10'의 임상 1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VRN11 임상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뇌전이 환자군에서 확인된 뇌 병변의 완전 소실 결과다. 뇌전이 환자군의 두개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edian iPFS)도 9개월 시점까지 도달하지 않았다. 이는 약 200%에 달하는 VRN11의 높은 뇌 투과율로 인해 뇌 속 종양까지 약물이 효과적으로 전달된 결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현재 뇌전이가 생기면 더이상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어 방사선 수술을 받는데, 부작용 때문에 2~3번 정도 치료하다 보통 치료를 포기한다"며 "EGFR 폐암 환자의 과반수 이상이 결국 뇌전이를 겪는데, VRN11은 뇌 전이를 치료하고 억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1차 치료제로 가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로노이는 별도 코호트를 신설해 기존 치료제로 치료를 받다가 암이 뇌로 전이된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VRN11의 영역 확장에 나선다. 사실상 치료법이 없는 영역인 만큼 규제 기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가속승인도 노리고 있다.
김 대표는 "오시머티닙, 레이저티닙 등 이미 승인된 치료제를 복용하던 환자 중에서 뇌전이가 발생하거나 초기부터 있던 뇌 병변이 커졌을 때 VRN11로 전환하는 임상도 진행하려고 한다"며 "미충족 의료 수요가 명확하고, 글로벌 임상시험책임자(PI)들이 빨리 임상을 하자고 권유해 급하게 코호트를 새로 만들기로 하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보로노이가 가장 먼저 가속승인을 추진하는 영역은 기존 EGFR 치료제로 생기는 내성 변이인 C797S 적응증이다. VRN11은 유효용량을 투약한 모든 EGFR C797S 변이 환자군에서 객관적반응률(ORR) 100%가 확인된 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C797S 변이 시장 규모가 다소 작다는 의견에 대해선 높은 반응률을 통한 시장 침투율과 장기 복용에 따른 누적 매출 효과를 들어 반박했다.
김 대표는 "전체 ORR이 87.5% 이상이고, 치료 반응 깊이(Depth of Response, DpR)가 50%에 근접해 40명 환자 데이터 정도면 가속승인이 가능하다는 비공식적 의견까지는 받았다"며 "늦어도 내년 연말 C797S 가속승인 서류를 제출하고, 규제 기관의 검토가 좀 걸린다고 해도 2028년 1분기에 승인받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물의 매출은 약물에 대한 반응률이 얼마나 높고, 그 약을 얼마나 안전하게 오랫동안 복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VRN11은 환자들이 약을 먹고 1~2개월만에 확실하게 암이 줄어든 상태에서 1~2년간 약을 계속 복용한다고 생각하면 매출은 계속 누적된다. 또한 그 사이에 기존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의 5~10%는 신규 환자로 꾸준히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치료 경험이 없는 '나이브'(Naive)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도 본격화한다. 앞서 진행 중인 임상 결과에 따르면 치료 이력이 많은 환자에서도 1~2개월 시점에 종양이 최적의 반응(Best response)까지 빠르게 감소하는 만큼, 올 하반기에 4~5명의 나이브 환자 DpR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1차 치료제 진입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김 대표는 "나이브 임상은 호주에서 승인받았고, 타 국가에서도 곧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이 완료될 예정이라 임상 기관 활성화까지 길어야 1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며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선 PI들이 신규 환자를 나이브 임상에 넣겠다고 얘기하고 있어서 환자 모집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