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료수가를 조정해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나선다. 상대적으로 비용 대비 과도하게 보상되던 검체검사와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 검사 수가를 낮춰 연간 2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이 재원을 상대적으로 보상이 약했던 중증, 응급, 소아·모자의료 등 필수의료 수가 강화에 쓴다. 지역 우대 수가도 확대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와 CT·MRI 검사의 과다한 지출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분석한 2023년 회계연도 기준 비용 대비 수익자료에 따르면 검체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은 평균 약 190%, CT·MRI 검사는 평균 약 200%였다. 이는 다른 진료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검사와 달리 수술은 105.7%, 입원은 57.3%, 마취는 75.1%, 재활 62%, 진찰 70.7%로 크게 낮다. 일부 항목은 진료수가가 의료원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1단계로 검체검사와 CT·MRI 검사의 수가를 인하해 비용 대비 수익 비율을 150%까지 낮춘다. 2년 뒤인 2028년에는 2단계로 비용 대비 수익을 110% 수준으로 인하하고 균형 수가로 조정할 예정이다. 매 2년 이내 신속한 조정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1단계 조정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2조원 이상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2단계 조정 시에는 현행 빈도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3조원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절감된 재원은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투입한다. 중증, 응급 치료의 건강보험 수가를 상향한다. 중증 수술과 마취 보상을 강화하고, 같은 수술이라도 응급상황(야간·휴일·응급)일 경우 더 많이 보상되도록 추진한다. 이를 통해 응급환자를 살리는 최종치료 역량을 높인다.
소아와 모자의료체계도 강화한다. 일차진료부터 중증소아 수술·처치 등 보상 수준을 높인다. 소아 가산 적용 연령은 확대한다.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모자의료센터 기능 개편과 연계해 건강보험 수가를 지원한다. 제왕절개 고위험 분만 가산은 신설한다.
3분 내외의 단시간 진료에서 충분한 진료와 상담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20여년간 동결된 진찰료 수준을 인상하고, 심층 상담과 심층 진찰의 보상체계를 강화한다. 환자의 치료 후 회복기 재활과 퇴원 이후 재택치료까지 연계되는 재활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재활치료 영역도 보상을 높인다.
지역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비수도권과 수도권 취약지 등 지역 우대 수가 원칙을 확립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검사의 질 관리는 강화한다. 검체 위·수탁 수가를 신설하고 분리 지급한다. CT·MRI는 특수장비를 등급화해 등급이 낮은 경우 감산하고, 환자의 연간 급여 횟수는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제한한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반영해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최종안을 마련해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을 우대하는 건강보험 수가 원칙을 확립해 지역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신속하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고 국민들이 제때, 어디서나 질 높은 필수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건강보험을 지역·필수의료 중심으로 대폭 혁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