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신약 'DD01'을 상용화할 의지가 강한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에 연내 기술이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업프론트(선급금) 규모가 중요한데, 자신 있는 임상 2상 결과를 얻은 만큼 한국 바이오산업에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거래를 해내겠습니다."
DD01의 임상 2상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대규모 기술이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달 DD01의 미국 임상 2상 조직생검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빅딜(대형거래) 성과가 가장 유력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교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보스턴파마슈티컬스의 MASH 신약은 지난해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로 인수된 바 있다. 이 거래는 선급금만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 대표는 "MASH 치료제의 48주차 조직생검은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DD01은 뚜렷한 약물 효과에 의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MASH 해소, 섬유화 개선, 그리고 복합 개선 지표까지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현재 글로벌 기준에서 봤을 때도 상당히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개발될 수 있는 뛰어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DD01은 서서히 약효를 보이는 다른 치료제와 달리 단 12주 만에 지방간 수치가 획기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 상업화 단계에서 상당히 큰 장점이 될 것"이라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 MASH 치료제를 처방할 때는 생검 없이 의사 재량으로 처방하게 돼 있어 MASH 진행 단계를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의사와 환자 입장에선 빠르게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는 약을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앤디파마텍은 DD01을 개발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발판 삼아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특히 간경화 치료제로 개발 중인 'TLY012'는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의 'DR5' 작용제로, 췌장·심장·피부 등 다양한 장기의 섬유화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다. 우선 MASH 임상을 진행한 경험을 살려 내년에 간경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사실상 실질적인 치료 옵션이 없는 간경화를 타깃해 TLY012를 개발하고 있다"며 "TLY012는 간 조직을 딱딱하게 만드는 콜라젠을 선택적으로 없앨 수 있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콜라젠이 없어진다고 F4단계나 간경화 상태에 있던 환자들의 간이 정상화되는 건 아니지만 F2~F3단계로 되돌아가고, 그 단계로 돌아오면 DD01이나 다른 MASH 치료제를 활용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의 DD01 임상 성과가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임상 리스크(위험)에 대한 부담과 자금 문제 등으로 전임상~임상 1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직접 미국 임상 2상을 완주해 파이프라인의 몸값을 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디앤디파마텍은 2018년 시리즈A 투자를 받고 미국에서 'NLY01'의 임상 1상을 시작한 만큼 미국 임상에 대한 여정이 길다"며 "DD01의 경우 첫 환자 투약이 2020년 3월에 시작돼 6년이 흘렀는데,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게 많아 앞으로 임상을 더 효과적이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회사들이 미국 임상, 글로벌 임상을 직접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어렵지 않을까 혹은 우리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보다 일단 과감하게 부딪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며 "임상은 단순히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맡기지 말고 자체적으로 내부에 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임상 팀을 꾸려 '원팀'으로 움직여야 CRO와 확실하게 소통하고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K-바이오 반격의 핵심 열쇠로 미국식 모델과 한국식 모델의 단점을 보완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안했다. 잠재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지나치게 빨리 넘기거나, 한 가지를 너무 오래 끌고 가는 것보다 임상 결과로 가치를 극대화한 시점에 이전하는 게 이상적이란 조언이다. 임상 속도에 강점을 지닌 '뉴코'(NewCo)와 손잡고 빅파마로 재기술이전을 노리는 방식도 넓은 시각에서 이러한 전략과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미국 바이오텍들은 큰 리스크를 안고 베팅하는 개념으로 하나의 제품을 상용화 끝까지 갖고 가는 경향이 있는데 잘 되는 케이스도 있지만 안 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며 "국내 바이오텍들이 높은 임상 리스크를 두려워하거나 초기 단계에서 빠르게 기술이전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상황이지만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부분에서 디앤디파마텍이 조금 역할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