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방송인인 여에스더가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전신마취를 28번이나 시행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가 전신마취한 이유는 다름 아닌 '전기경련치료(ECT·Electroconvulsive therapy)'를 받기 위해서였다고. 과연 전기경련치료는 무엇이고, 누가 언제 받아야 할까.
전날(지난달 30일) 방영된 SBS TV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여에스더의 남편이자 의학박사인 홍혜걸은 "(아내가) 전신마취를 28번 했다. 치료할 때마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기경련치료다. 마취하지 않으면 팔다리에 힘을 줘서 뼈가 부러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근육을 이완시키고 전신마취를 한다"고 말했다.
전기경련치료는 약을 쓰지 않는 정신질환 치료법 중 하나로, 소량의 전기량을 이용해 뇌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1938년에 임상에 도입될 정도로 역사가 깊고 효과가 잘 알려진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환자에게 마취유도제·근육이완제를 투여해 전신마취를 유도한 상태에서 두피에 전극을 붙인 후 전기 자극을 줘 1회에 30~50초간 인위적으로 경련을 일으키게 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신경전달 물질의 변화가 일어나 정신과적 증상이 줄어든다. 약물치료와 비교해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약물치료가 어렵거나 약으로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사용한다. 특히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조증, 긴장증, 강박증, 섬망, 거식증 등 다양한 정신 관련 질환이 있는 환자, 자살 충동이 있거나 자살 시도, 자해를 해본 사람 등에게 시행했을 때 치료 효과가 높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특히 우울증 중에서도 '난치성 우울증'에 치료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며 "조현병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 급성 조현병, 기분장애 증상을 동반한 조현병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난치성 우울증은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별다른 치료 반응이 없거나, 항우울제 같은 약에 대한 부작용으로 약 자체를 먹기 힘든 환자가 그 대상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항우울제 같은 약물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 그룹의 70%가 전기경련치료에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기경련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큰 부작용 없이 빠른 호전을 보인다. 급성기 증상에서 빠르게 좋아지면서 양극성 장애, 조현병, 분열형 정동장애 등의 급성기 증상이나 긴장증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영양부족, 긴장증, 자살시도처럼 빠른 증상 호전이 필요한 경우엔 전기경련치료가 1차 치료로 고려될 수 있다.
전기경련치료을 위해서는 보통 입원 치료를 하며, 환자는 치료 전날 저녁식사 이후 금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일주일에 2~3회씩, 경과에 따라 6~12회 시행한다. 약물에 별로 반응하지 않는 우울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그 외 여러 정신질환에서 충분한 치료 이후에도 호전이 느리거나 없는 경우, 약물을 사용하기 어려운 임산부·노인에게 이 치료법이 권장된다. 2015년 미국정신의학회는 "근거 기반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근육통·두통·오심인데, 대개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심각한 인지기능의 손상은 나타나지 않지만, 일시적인 기억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여에스더도 "뇌를 리셋시키면서 기억도 조금 없어진다"며 "28번 치료받고 나니까 잠깐 만난 분이나 오래 만나지 않은 분은 기억에서 다 없어졌다"고 언급했다. 예컨대 치료 후 자신의 이름·전화번호나 오늘 날짜, 올해 연도가 떠오르지 않는 식의 단기 기억 상실을 초래할 수 있는데, 치료 후 보통 1~4주 이내 기억력이 원래대로 회복한다.
이 밖에도 전신마취로 인해 무호흡이 지속되거나 심혈관계 장애, 치료 사이의 경련, 사망 등의 부작용이 드물지만 나타날 수 있다. 두개강내압의 증가, 뇌병소, 최근 발생한 심근경색, 최근 발생한 출혈성 뇌졸중, 불안정성 동맥류, 망막박리, 갈색세포종 등의 상태에서는 전기경련치료를 받으면 부작용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위험성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
조 교수는 "전기경련치료를 1주일에 2~3회씩 총 8~12회(1세트) 시행하면 치료 전보다 증상이 평균 50~70%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다만 이 효과는 일시적일 수 있어 환자 상태에 따라 4~6개월마다 시행하는 '유지 치료'가 권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우리나라에선 이 치료법이 잘 알려지지 않아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지만, 난치성 정신질환에 대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며 "이 치료법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으므로 정신질환 치료를 앞두고 있거나 치료 중이라면 주치의와 상의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