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NICU)의 유일한 세부 전문의가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지역 신생아 진료 체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진다. 수도권 대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지방 NICU를 중심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이에 의료계에선 '기피과' 구조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북대병원 NICU의 유일한 신생아 세부 전문의인 김진규 교수는 최근 공개적으로 사직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지난달 28일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이 주최한 '분만 인프라 정책 포럼'에서 "정말 버티고 싶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진료)시스템이 더 무너질 것 같다"며 "칼을 품고 스스로 찌르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김 교수는 최근까지 주 90시간 근무와 장시간 연속 당직을 서며 고강도 업무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병원은 전북 유일 권역모자의료센터로, 김 교수는 2012년부터 이곳 NICU를 책임져왔다. 현재 김 교수는 업무 부담에 따른 피로 누적 등 건강상 이유로 개인 휴가 중이며 관련 진료는 입원전담 전문의 2명이 분담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중증 산모와 신생아 환자는 적정 치료가 가능한 곳으로 전원 조치했다"며 "(김 교수가)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직과 관련해선 결정된 내용이 없다. (NICU)진료 운영은 내부 의료진 회의를 거쳐 남은 의료진이 적정 진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선 이미 전문의 이탈이 만성화됐단 분위기다. 충남대병원은 신생아 세부 전문의 3명과 입원전담 전문의 1명 총 4명이 NICU를 지키고 있다. 신생아 세부 전문의는 기존 4명에서 1명이 타지역 의료원으로 이직하며 3명으로 줄었고, 근무 중이던 당직 전문의가 최근 출산휴가에 들어가며 총 인력이 5명에서 4명으로 감소했다. 영남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임교원 3명 중 NICU 담당 교수가 1명, 전남대병원의 신생아 세부 전문의는 1명으로 전해졌다.
한 지방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방 NICU 인력은 충원이 잘 안되고 계속 이탈하는 추세가 만성화됐다"며 "아기 한명당 최소 2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그 인원이 채워지지 않다 보니 요즘처럼 다태아 임신이 많은 상황에선 분만이나 신생아 진료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북대병원은 교수 연봉 상한선을 없애며 그 수준을 올렸는데도 교수가 충원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의사제로 필수과 젊은 의사들을 유입하겠단 게 정부의 장기적 의지인데, 이들을 가르칠 교수 인력은 다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한석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서울대어린이병원 교수)은 "지방 필수과 교수와 전공의 양성에 대해 정부 지원 수준을 높인 '국가 책임제' 개념이 필요해 보인다"며 "무엇보다 인력 유입 방안을 깊이 있게 다룰 논의가 지속되는 게 중요하다.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특히 지역의료의 필수과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 국민적·사회적 대화가 더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