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전의 불면증 신약 '데이비고'(성분명 렘보렉산트)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당장 이 약을 처방받을 수 없다. 미국에서 7년 전, 대만에서는 6년 전 시판된 이 약을 국내에서는 오는 4분기쯤 처방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자이는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수면 개시 또는 수면 유지가 어려운 18세 이상 성인 불면증 환자의 치료제로 데이비고의 품목 허가를 취득했다. 데이비고는 듀얼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DORA) 계열의 불면증 치료제다.
이 약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점을 극복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벤조디아제핀 약물은 의존성이 높고 낙상, 인지저하, 호흡곤란 등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졸피뎀 등 Z-약물은 단기 기억상실이나 이상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데이비고는 뇌 전반의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과도한 각성 상태를 조절해 보다 자연스러운 수면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취침 직전 5mg을 1일 1회 경구 투여한다.
55세 이상 불면증 환자 1006명을 대상으로 데이비고와 졸피뎀 서방형, 위약을 비교한 글로벌 3상 임상연구에 따르면 치료 1개월 시점에서 수면다원검사(PSG) 기반 수면잠복시간(LPS)은 데이비고 5mg과 10mg군에서 각각 19.5분, 21.5분 감소해 위약군(7.9분 감소)과 졸피뎀 서방형군(7.5분 감소) 대비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졸림으로, 데이비고 5mg군 4.1%, 10mg군 7.1%에서 보고됐다(위약군 1.9%, 졸피뎀 서방형군 1.5%).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낮았으며(위약군 0.0%, 졸피뎀 서방형군 1.5%, 5mg군 0.8%, 10mg군 0.0%) 사망 사례는 없었다. 반동성 불면이나 금단 증상도 관찰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효능의 데이비고가 오는 4분기쯤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연내 데이비고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아직 급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 25개국에서 데이비고가 판매 중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에서의 불면증 신약 출시는 늦은 편이다. 데이비고는 2019년 미국, 2020년 일본과 캐나다, 2021년 호주, 홍콩, 대만, 싱가포르에서 이미 출시됐다. 그 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필리핀, 마카오, 멕시코, 남아프리카, 쿠웨이트 등에서도 시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에자이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한국인 대상 임상시험의 충분한 결과가 있어야 하는 부분 때문에 출시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한국에서는 신약 허가 시 요구하는 사항이 많은 데다 가격 책정을 비교적 낮게 하고 시장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신약 도입이 해외 주요국 대비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데이비고의 출시가 빨리 이뤄짐과 동시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김지현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 3월 대한수면연구학회 심포지엄에서 "같은 약제일지라도 불면증 환자마다 치료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제가 다양할수록 불면증 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데이비고는 미국, 일본, 중국, 필리핀, 대만 등 많은 국가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에서는 데이비고에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커 불면증 환자들이 (약을) 쉽게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치료제 급여 적용을 확대해 수면장애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면증 환자 수는 증가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 수는 2020년 65만8675명에서 2024년 76만8814명으로 16.7%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