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피하주사(SC) 전환이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관련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고 있다. MSD가 알테오젠 기술을 적용한 '키트루다 큐렉스'를 출시한 데 이어 후속 SC 프로젝트도 잇따르면서 'ALT-B4'가 반복적인 플랫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주력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정맥주사(IV) 제형 특허 만료에 대비해 SC 제형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제형에 대한 허가와 특허를 확보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를 방어하는 동시에 환자 편의성과 의료기관의 투약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ALT-B4를 적용한 첫 블록버스터 상업화 품목인 MSD의 키트루다 큐렉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키트루다는 기존 IV 제형으로 연간 40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다.
SC 제형의 강점은 단순한 특허 방어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는 병원 체류시간과 약물 투여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의료기관과 보험자는 인건비와 시설 이용료를 포함한 전체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 MSD가 키트루다 전체 환자의 30~40%를 키트루다 큐렉스 출시 후 18~24개월 이내 SC 제형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도 이 같은 장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경쟁사들도 기존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SC 개발에 나서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SC 전환이 선택이 아닌 주요 개발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당 흐름은 오리지널 의약품뿐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휴온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할로자임의 제형변경 기술인 'PH20'을 활용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셀트리온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SC 제형인 'CT-P6 SC'의 허가용 임상을 완료했다.
다만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가 SC 전환을 통해 시장 방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투약 편의성뿐 아니라 새로운 특허와 독점권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독자적인 물질과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글로벌 임상과 허가, 상업 생산까지 검증된 제형변경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해당 측면에서 ALT-B4의 경쟁력이 부각된다고 보고 있다. 키트루다 큐렉스를 통해 임상과 글로벌 허가를 거쳐 상업 생산과 실제 판매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약물과 결합했을 때의 안정성, 글로벌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부합하는 생산공정, 다수 글로벌 제약사와 축적한 개발 경험도 후발주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러한 경쟁력이 후속 기술수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테오젠은 현재 다수 글로벌 제약사와 주요 의약품의 SC 제형 변경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한 상태다. MTA는 정식 기술이전 계약에 앞서 후보물질을 제공하고 플랫폼 적용 가능성과 개발 조건을 검토하는 절차다.
전태연 알테오젠 사장은 최근 바이오 USA에서 "이미 올해 2건의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 계약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규모와 건수 측면 모두에서 가장 크게 계약할 수 있는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후속 성과로 가장 주목받는 품목 중 하나는 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의 SC 제형이다. 알테오젠은 2024년 11월 다이이찌산쿄와 엔허투 SC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ADC는 일반 항체의약품보다 구조가 복잡해 고농도 SC 제형 개발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엔허투 SC 개발이 성공할 경우 ALT-B4가 ADC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검증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는 다른 ADC 개발사들의 SC 전환 수요를 자극해 추가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키트루다 SC 로열티와 후속 제품의 상업화가 본격화되면 알테오젠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며 "현재는 제품별 예상 수익과 개발 가능성을 각각 계산하지만, 앞으로는 여러 제품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익과 성장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올해부터 실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알테오젠이 올해 키트루다 SC 판매와 연동해 약 3000억원의 마일스톤(기술료)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증권은 2~3분기 중 첫 판매 마일스톤을 받고, 4분기에 추가 마일스톤을 수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올해는 ALT-B4의 가치가 미래 기대를 넘어 실제 판매에 연동된 실적으로 증명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