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년간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약사단체 반발 등으로 확대되지 못하며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제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은 정부의 안전상비약 확대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더이상 특정 직역의 눈치를 보기보다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 확대 차원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한다.
20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 24시간 편의점 판매 상비약 품목을 기존 11개에서 최대 2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약국과 24시간 판매점이 없는 지역은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소매점에서도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는 2012년 안전상비약 제도 도입 이후 14년 만이다.
이에 시민단체와 편의점 업계 등은 정부의 안전상비약 확대 추진을 환영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산간도서는 물론 최근엔 도시 외곽 지역 편의점도 최저임금, 전기료 인상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24시간 운영을 부담스러워한다"며 "24시간 점포 판매 규정이 완화되고 품목 수도 늘면 소비자들의 상비약 접근성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상비약 제도는 심야·새벽 시간 약국이 문을 닫더라도 24시간 편의점에서 최소한의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지역별 의약품 접근성 격차는 더 커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3636개 읍·면·동 가운데 약국과 상비약 판매점이 모두 없는 '무약촌'은 전체의 약 15%인 556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본지가 창간기획으로 약국과 상비약 판매점이 모두 없는 곳을 '무약촌'으로 규정하고 고발한 이후 정부가 실태파악에 나선 결과다.
지난해 사단법인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가 실시한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 개선을 위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8%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필요성에 동의했다. △소아용 전용약(22.3%) △증상별 진통제(21.0%) △증상별 감기약(20.5%) 순으로 품목 확대 요구가 높았다.
지난 14년간 안전상비약 품목이 확대되지 못한 배경으로 약사단체인 대한약사회의 반발 등이 꼽힌다. 약사회는 안전상비약 관련 편의점에서 준수되지 않는 것이 많고 약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안전상비약 확대를 반대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민 건강은 핑계이고, 동네 약국의 경영이 악화될 수 있어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낸다. 약사회는 안전상비약 확대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심야약국 운영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약사회가 공공심야약국을 얘기하는데 이는 너무 제한적이라 사실상 접근성을 높이기 어렵고 운영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너무 크다"며 "안전성 문제 역시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더라도 똑같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환자 이익을 위해 안전상비약 품목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기존에도 약사법에 따라 안전상비약을 20개까지 지정할 수 있었는데 정부가 추가 지정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동안 복지부가 이익단체 편을 들어주느라 국민들의 선택권을 재량으로 심각하게 제한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상품명으로 지정하는 건 특정 회사들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성분명으로 안전상비약을 정해야 한다"며 "포장 또한 3알짜리가 아닌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처럼 상품당 약 개수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