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피부질환 치료도 '필수의료'다

박미주 기자
2026.07.31 05:20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현황/그래픽=이지혜

"피부질환 치료 안 해요."

많은 국민이 의원을 찾았다가 피부질환 치료를 거부당하는 경험을 한다. 10여년 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는데, 소위 돈 되는 비급여 피부미용 시술만 하는 의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일부 의원마저 예약해야만 진료가 가능하다 하거나 3~4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사실상 '진료 거부'다.

'의료법'상 진료 거부는 불법이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의사도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처벌은 드물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진료 거부가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이다.

피부질환 치료 공백이 커졌다. 대상포진, 피부염, 피부암, 아토피, 건선, 사마귀, 알레르기성 피부염, 티눈 등의 피부질환은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악화한다. 피부질환 치료도 '필수의료'다. 그런데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부가 피부질환 치료 공백은 외면하는 모양새다.

의사들이 피부질환 치료 대신 미용시술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2024년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이 2221곳으로 2019년 1851개 대비 20% 늘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일반의가 신규 개설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285곳 중 85.3%인 243곳이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했고, 이들 기관 중 65.0%인 158곳은 피부질환 건강보험 청구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년간 복지부의 관련 제도 개선은 없었다.

이 문제를 취재해오던 기자는 복지부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행태는 문제이며, 급여 진료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하고 비급여 치료만 하는 곳에는 '페널티'를 부여하는 안을 구상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를 토대로 보도했지만, 복지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발을 뺐다. 그러면서 "기발표한 정책들을 차질 없이 이행해 불필요한 과잉 비급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발표 정책엔 피부질환 등 급여 진료 거부에 대한 대책이 없다. 이는 피부질환 진료 공백을 계속 방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 치료권 제한을 방치하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다.

"영업사원이 더 잘한다"는 말이 나오는 피부미용 시술의 권한을 의사에게만 독점적으로 준 것은 이 사태를 심화시킨 요인이다. 영국, 미국, 일본 등은 간호사가 레이저 시술 등을 할 수 있다. 총체적 개선이 시급하다. 복지부가 최우선으로 눈치 볼 대상은 의사단체 같은 이익집단이 아니라 '국민'이다.

박미주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