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일 정도로 '극한의 불볕더위'가 이어진다. 사람의 몸은 35.9~37.4도로 체온을 조절하는데, 요즘 같은 폭염에 몸을 장시간 노출했다간 체온 조절 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 전문의들은 체온이 37.5도를 넘어서면 열 탈진, 열 실신 같은 온열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달궈진 몸을 빠르게 식히는 올바른 방법과 잘못 알려진 상식을 짚어본다.
최근 영국 적십자는 폭염에 달궈진 체온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낮추는 방법으로 '맥박점(pulse points) 냉각법'을 제시했다. 맥박점이란, 혈관이 피부 바로 밑을 지나는 부위를 가리킨다. 목·손목·발목이 대표적인 맥박점이다. 예컨대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행동처럼 찬물을 흘려보내면 열을 빠르게 식힐 수 있다는 것이다.
혈관 중에서도 목덜미·겨드랑이·사타구니처럼 큰 혈관이 지나는 부위만 식혀도 체온 빠르게 낮출 수 있다. 바깥에서 활동할 때 물에 젖은 수건을 목덜미에 두르면 물이 증발하면서 혈관의 열을 빼앗아 가므로 체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이를 '증발 냉각'이라고 한다. 얼굴에 물 뿌리기, 자주 샤워하기, 샤워하고 선풍기 쐬기 등도 증발 냉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땡볕에서 양산만 써도 체온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서울연구원 발표(2018년)에 따르면 폭염 속 바깥에서 활동할 때 양산만 써도 체감온도를 최대 10도까지 낮출 수 있다. 양산의 효과는 의외로 크다. 일본 환경성이 진행한 실험에서 뙤약볕에서 양산을 쓰고 15분간 걸었을 때 흘린 땀의 양이 모자를 쓰고 15분간 걸었을 때보다 20% 가까이 적었다. 모자는 얼굴 일부만 가리지만, 양산은 얼굴·머리뿐 아니라 상체 일부까지 햇빛을 가려 복사열 노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산을 고를 땐 바깥 면은 햇빛을 잘 튕겨내는 흰색 계열이, 안쪽 면은 땅의 복사열을 머금는 검은색 계열이 권장된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야외 행사에 장시간 머물러야 할 땐 '대형 양산'과 같은 그늘막을 설치해 열을 피하길 권장한다"며 "그늘막은 햇빛을 차단해 복사열 노출을 줄이고,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야외 공간에서 그늘이 있으면 최대 10도까지 체감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실내외 온도 차는 5도 안팎이다. 이보다 온도 차가 큰 환경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마비되면서 전신 대사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덥다고 '얼음물 샤워'처럼 차가운 물에 몸을 갑자기 노출하면 체온을 떨어뜨리는 데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체온을 떨어뜨리려면 혈관이 이완되면서 혈관의 열기를 땀을 통해 내보내야 하는데, 몸이 갑자기 차가워지면 혈관이 급수축하면서 열 방출이 저해되기 때문이다.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는 행위는 체온을 떨어뜨리는 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물론 맥주에 든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하는데, 혈관이 확장되면 피부 표면으로 혈류가 증가해 열이 빠져나가면서 순간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 수는 있다. 또 시원한 맥주를 한입 마시면 입·목에 있는 온도 수용체가 맥주의 차가운 자극을 받아 '시원하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독일 연방공중보건연구소는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해, 땀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땀은 몸이 열을 내보내는 중요한 방법인데, 탈수로 이 기능이 막히면 체온이 떨어지기는커녕 계속 올라 열사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폭염에 땀을 이미 많이 흘려 몸속 수분을 잃은 상황에서 술까지 마시면 체온 조절 능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프랑스 파리에선 기온이 40도까지 오르자, 음악축제 '페트 드 라 뮈지크' 기간 내내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