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 수조원 뭉칫돈 어디로?…유한·한미·종근당도 키우는 '이 기술'

빅파마 수조원 뭉칫돈 어디로?…유한·한미·종근당도 키우는 '이 기술'

정기종 기자
2026.09.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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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릴리·로슈·GSK 등 M&A·기술도입 잇따라…삼중항체부터 BBB 투과 플랫폼 등 다양화
국내선 유한·한미·종근당 등 관련 기술 담금질…글로벌사 수요 부합하는 '잠재 자산' 의미

글로벌 제약사들이 인수합병(M&A)과 기술도입을 통해 외부 신약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의 약물로 여러 표적을 공략하는 다중특이항체부터 항체 접합체, 병원성 자가항체 분해 기술, 혈뇌장벽(BBB) 투과 플랫폼까지 거래 대상이 다양해진 것이 특징이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와 로슈, 글라소스미스클라인(GSK), 노바티스 등은 이달 잇따라 기업 인수와 후보물질 도입, 공동개발, 독점권 인수 옵션 행사에 나섰다. 복수 표적을 동시에 공략하거나 약물을 원하는 조직에 전달하고 기존 치료제로 제거하기 어려웠던 질환 원인을 새로운 기전으로 겨냥하는 기술에 집중한 것이 눈에 띈다.

로슈는 지난 2일 중국 심시어제약으로부터 삼중특이항체 'SIM0660'의 글로벌 독점권을 확보했다. 계약금 7500만달러(약 1025억원)와 개발·상업화 단계별 기술료 약 14억6000만달러(약 1조9940억원)를 포함해 최대 15억3000만달러(약 2조900억원) 규모다. SIM0660은 B세포 표면의 CD79a와 CD19, T세포 표면의 CD3를 동시에 표적한다. 암세포를 인식하는 동시에 T세포를 끌어들여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CD19 또는 CD20 표적치료를 받은 환자에게도 치료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GSK는 지난 3일 중국 허치메드로부터 'HMPL-A830'의 중국 외 지역 권리를 최대 12억9500만달러(약 1조7690억원)에 도입했다. 계약금은 1억1000만달러(약 1500억원)다. HMPL-A830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항체에 KRAS 저해제를 결합한 '항체 표적 치료제 접합체'(ATTC)다.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붙이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달리 저분자 표적치료제를 결합해 EGFR과 KRAS를 함께 억제한다. 허치메드는 올해 하반기 글로벌 임상 1/2a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GSK는 지난 15일 중국 차이메젠으로부터 다발성골수종용 삼중작용 T세포 인게이저(TCE)도 도입했다. T세포와 서로 다른 종양 연관 항원 두 개를 동시에 표적하는 후보물질이다. 최대 계약 규모는 7억5000만달러(약 1조250억원)이며 2027년 임상 1상 진입이 목표다.

항암제 외 분야에서도 새로운 작동 원리를 가진 기술이 거래 대상이 됐다. 릴리는 지난 1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메리다 바이오사이언시스를 최대 28억7500만달러(약 3조927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메리다의 핵심 후보물질 'MER511'은 병원성 자가항체를 선택적으로 분해하고 이를 만드는 B세포도 억제한다. 그레이브스병과 갑상선안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 1상에서는 자가항체가 약 50~70% 감소했다.

여러 치료제에 적용할 수 있는 전달 플랫폼 확보도 이어졌다. 릴리는 지난 15일 캐나다 큐어캔과 중추·말초신경계 핵산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큐어캔은 연구개발비와 프로그램당 최대 2억3700만달러(약 3240억원)의 단계별 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큐어캔의 'TERP'는 고분자-지질 나노입자를 활용해 핵산치료제를 BBB 너머로 전달하는 플랫폼이다. BBB를 통과하면서 바이러스 전달체와 달리 반복 투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노바티스도 지난 16일 중국 사이로낙스의 BBB 투과 플랫폼에 대한 전 세계 독점권 인수 옵션을 행사했다. 지난해 7월 선급금과 단기 단계별 기술료 등을 포함해 최대 1억7500만달러(약 2390억원) 규모의 자산 매입 계약을 체결한 뒤 14개월간 플랫폼을 평가한데 따른 조치다.

노바티스는 이번에 1억2500만달러(약 1710억원)의 옵션 행사금을 지급하며 인수 단계로 전환했다. 기존 계약 규모와 옵션 행사금의 포함 관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이로낙스는 루게릭병과 화학요법 유발 말초신경병증 치료제 후보물질 'SIR2501' 등을 임상 1b~2상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중표적화와 선택적 약물전달 기술을 중심으로 외부 자산 확보에 나선 가운데 국내 전통제약사들도 접점이 있는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세부 표적과 작동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하나의 약물에 복수 기능을 결합하거나 항체의 선택성을 활용한다는 방향은 맞닿아 있다.

유한양행(75,900원 ▼1,600 -2.06%)은 HER2·4-1BB 이중항체 'YH32367'과 EGFR·4-1BB 이중항체 'YH32364'의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503,000원 ▼12,000 -2.33%)은 자체 이중항체 플랫폼 '펜탐바디'를 기반으로 개발한 PD-L1·4-1BB 이중항체 'BH3120'의 글로벌 임상 1상을 한국·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종근당(63,800원 ▼1,600 -2.45%)은 자체 개발한 c-Met 표적 단일클론항체에 외부 AD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CKD-703'의 글로벌 임상 1/2a상을 한국·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가 아직까진 조기 글로벌 사업화 성과 달성을 위해 해외 기술이전을 주요 전략으로 삼는 만큼,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갖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국내 기업의 관련 파이프라인들이 극초기 단계가 아닌 임상 진입 단계라는 측면도 향후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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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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