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80세 이상 4명 중 1명꼴로 근감소증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손아귀 힘인 '악력'이 저하된 이들 중 85%는 근감소증을 함께 겪었고 일부에선 우울 장애 유병률도 높게 나타났다.
10일 질병관리청은 우리나라 노인의 근감소증 현황과 악력 저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8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26.9%)이 근감소증을 겪고 있었다. 특히 노인 연령 초기(65~69세)엔 여성의 근감소증 유병률(5.8%)이 남성(2.6%)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70대 이후부턴 남성의 유병률이 여성을 추월하며 성별에 따른 패턴의 역전 현상도 뚜렷했다.
분석 내용에 따르면 악력 저하군 중 85%가 근감소증을 함께 겪고 있었다. 이는 악력 저하가 단순한 근력의 문제가 아닌 노년기 전신건강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임을 보여준다.
질병청은 "악력 저하는 악력계를 이용한 측정 결과가 일정 기준 미만(남자 28㎏, 여자 18㎏)일 때 진단할 수 있다"며 "별도 장비 없이도 손을 맞잡고 쥐는 힘을 확인하거나 페트병 열기, 물수건 짜기 등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어 일상에서 부모님 건강 변화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악력이 약해진 어르신은 신체기능뿐 아니라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활기찬 집단으로 인식되는 만 65~74세 '전기 고령층'에건 손힘이 빠진 어르신의 우울장애 유병률이 14.3%로, 정상 어르신(2.0%)보다 7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전기 고령층 악력 저하군의 저작 불편 호소율도 37.7%로 정상군(24.1%)보다 높았다.
만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의 경우 씹는 기능과 신체활동에서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악력 저하군에서 걷기 운동을 실천하지 않는 비율은 64.4%로 정상군(54.1%)보다 높았고, 저작 불편을 겪는 비율도 42%로 정상군(32.6%)보다 높았다. 신체활동 감소와 영양 불균형이 함께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노쇠는 신체적, 생리적, 인지적 기능이 저하돼 외부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건강 회복력이 감소한 상태다. 만성질환과 영양부족, 정서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피로감 △신체 활동량 저하 △보행 속도 저하 △근력 감소의 특징으로 나타난다.
박기수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는 "어르신들은 건강한 상태에서 매우 심한 노쇠 단계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진행되므로 예방과 함께 회복 가능한 단계에 조기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악력 저하는 근감소증을 비롯한 다양한 노쇠 위험 요인이 함께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인 만큼 평소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노쇠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부모님을 뵐 때마다 손을 맞잡으며 악력의 변화를 살피고 식사나 활동량, 기분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작은 실천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쇠 전 단계가 의심된다면 금연·절주와 함께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등을 병행하는 복합 운동, 단백질이 보강된 규칙적인 영양 섭취, 활발한 사회적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질병청은 보건소 현장 실무자가 활용할 수 있는 '지자체 노쇠 예방사업 표준 매뉴얼'을 개발 중으로 노쇠 예방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