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올 위험 높은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MRI로 먼저 찾는다

정심교 기자
2026.08.10 09:13

[정심교의 내몸읽기]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가운데 파킨슨병 위험이 높은 환자를 MRI(자기공명영상)로 찾아내는 새로운 검사 전략이 제시됐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정밀검사를 시행하기보다 파킨슨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MRI로 먼저 선별하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영상의학과 김응엽∙손범석, 세종충남대병원 김재림 교수 연구팀은 방사선 노출이 없는 '신경멜라닌 민감 MRI(NM-MRI)'를 이용해 파킨슨병 위험이 높은 환자의 선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뇌 영상과 행동(Brain Imaging and Behavior)' 최근호에 실렸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잠을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휘두르는 등 꿈속 행동을 실제로 하는 질환이다. 파킨슨병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어서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는 것이 치료와 추적관찰의 중요한 과제로 꼽혀왔다.

현재 파킨슨병 위험을 평가하는 가장 대표적인 검사로는 도파민 운반체(DaT) PET검사가 사용된다. 그러나 검사 비용이 많이 들고 시행 기관이 많지 않은 데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모든 환자에게 시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신경멜라닌 민감 MRI에 주목했다.

신경멜라닌은 도파민 신경세포 안에 존재하는 색소로,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함께 줄어든다. MRI에서 신경멜라닌의 양, 신호 강도를 분석하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 정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활용됐다.

연구팀은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66명과 건강한 대조군 30명을 대상으로 신경멜라닌 민감 MRI를 시행했다. 이후 환자를 도파민 PET 검사 결과에 따라 이상 소견이 있는 군(37명)과 정상군(29명)으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도파민 PET 이상 소견이 있는 환자에서만 MRI상 신경멜라닌 부피와 신호 강도가 뚜렷하게 감소했다. 반면 PET 결과가 정상인 환자는 건강한 대조군과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신경멜라닌 민감 MRI가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을 반영해 정밀검사가 필요한 고위험 환자를 선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신경멜라닌 민감 MRI가 도파민 PET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든 환자에게 정밀검사를 시행하기보다 MRI로 고위험 환자를 먼저 선별한 뒤 필요한 환자에게서만 PET를 시행하는 새로운 환자 맞춤형 검사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이 실제 진료에 적용된다면 불필요한 검사 부담은 줄이고, 정밀평가가 꼭 필요한 환자에게 의료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1저자인 손범석 교수는 "신경멜라닌 민감 MRI는 방사선 노출 걱정 없이 반복 검사가 가능하고 기존 뇌MRI 검사와도 함께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교신 저자인 김응엽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멜라닌 민감 MRI가 정밀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영상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공동 교신 저자인 주은연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라고 모두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는 건 아니"라며 "환자마다 질병 진행 위험이 다른 만큼 앞으로 개별 위험도에 맞춰 검사와 추적관찰을 달리하는 맞춤형 관리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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