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치매 관리비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알츠하이머병 치매 진단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향후 혈액 검사만으로도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면서, 조기 진단으로 위험군을 빠르게 잡아내는 관리 체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소영 아주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10일 한국에자이 주최로 서울 중구에서 진행된 '알츠하이머병 미디어 세션'에서 "20년 전만 해도 살아있는 환자의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확인할 방법조차 없었는데, 최근엔 신약까지 도입되며 치료 방식도 개선되고 있다"며 "향후 혈액 진단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쉽고 빠르게 잡아내는 쪽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β는 전체 치매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주요 원인이다. Aβ는 기억력 저하 등 임상 증상보다 약 20년 앞서 서서히 쌓인다. 하나의 단량체인 '모노머'의 Aβ가 서로 결합, '올리고머→프로토피브릴→피브릴→플라크' 형태로 점차 응집한다. 플라크가 되면 신경세포들 사이에 피딱지처럼 자리 잡는데, 이 경우 뇌 내 자체 청소·복구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게 된다.
'불치병'으로 여겨진 치매의 진단과 치료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 중이다. 문소영 교수는 "이전까진 길을 못 찾거나 기억력이 서서히 저하되는 임상적 증상 중심으로 알츠하이머병 진단이 이뤄졌지만, 이젠 Aβ 페트(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검사 도입으로 진단 정확도가 개선됐다"며 "지금은 환자를 치료할 도구(신약)까지 생겼단 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Aβ를 표적해 제거하는 치료제는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다. 레켐비는 국내에선 비급여 항목으로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환자에게 쓰이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에 대해서도 현재 한국인 등에서 효과·안전성 평가를 위한 가교 임상이 진행 중이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치매 인구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추정 유병률은 9.25%로, 2044년엔 치매 인구가 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연실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2024년 우리나라 연간 국가 치매 관리비용은 22조90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0.95%, 국방예산의 약 40%에 달한다"며 "중앙치매센터는 2030~2040년 치매 관리 비용이 국방 예산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령화 인구 증가로 국가적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날 현장에선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며, 혈액 검사로 치매를 진단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앞서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병 진단 검사키트를 승인한 바 있다.
문소영 교수는 "회복 가능한 치매를 앓는 환자의 비중이 15%에 달하는 만큼 치매에 있어 조기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갑상선·비타민·전해질 등 다른 이유에서 인지 기능이 저하됐는지를 보는 혈액검사가 진행 중인데, 향후 PET 검사 수준과 상응할 정도의 알츠하이머병 진단용 혈액 검사가 국내에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연실 교수는 "과거 치매는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관리하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또 다른 치매의 주원인인 타우(Tau) 단백질 등과 관련된 연구도 지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