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의 담도암 신약 'ABL001'(토베시믹)의 상업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피드백이 임박했다. ABL001의 상업화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로열티 수령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이다. ABL001이 임상 2/3상에서 전체생존기간(OS) 측면에서의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한 가운데 교차투여로 인해 교란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FDA가 어느 정도 수용할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의 파트너사 컴퍼스 테라퓨틱스(이하 컴퍼스)는 이달 중으로 DLL4xVEGF-A 이중항체 'ABL001'(토베시미그)의 담도암 임상 2/3상 데이터에 대한 FDA의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다. 해당 피드백은 올 4분기 품목허가 신청(BLA)과 내년 출시 계획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ABL001이 품목허가를 받아 출시에 성공할 경우 에이비엘바이오는 알테오젠, 오스코텍 등의 뒤를 이어 글로벌 신약의 로열티를 수령하는 바이오텍이 된다. 업계에선 로열티가 5~10%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컴퍼스는 지난달 기업 발표를 통해 "담도암 치료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30억달러 이상의 잠재적 총시장(TAM)을 겨냥한 전략적 출시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은 담도암 2차 치료를 넘어 1차 치료까지 진입하는 것을 염두에 둔 추정으로 풀이된다. 위암, 난소암, 대장암 등 DLL4 양성 적응증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려있다. 실제로 현재 위암 2차 치료, 대장직장암 2차 치료 등에서 ABL001과 다른 항암제를 병용하는 다수의 연구자 주도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컴퍼스도 고형암 임상 2상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에이비엘바이오의 매출원은 기술이전에 따른 선급금과 마일스톤이 전부인 만큼 분기별 매출이 불규칙할 수밖에 없다. ABL001이 성공적으로 출시돼 로열티 수입이 생기면 보다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상반기에만 연구개발비로 매출액의 약 1.5배를 지출할 정도로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4년에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구축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ABL 2.0'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이를 단계적으로 실현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ABL001의 상업화는 로드맵의 시작점으로 꼽혀 온 주요 마일스톤이다. 이달 확인될 ABL001 임상 결과에 대한 FDA의 피드백이 에이비엘바이오에게 중요한 이유다.
ABL001의 담도암 임상 2/3상 결과는 발표 이후 업계에서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1차 평가 지표인 객관적반응률(ORR)은 충족했으나 2차 평가 지표 중 하나인 OS에서 대조군의 값이 9.4개월로 투여군의 8.9개월보다 높게 도출되면서다. OS는 항암제 평가의 '골드 스탠다드'로 간주된다. 결국 실제 품목허가를 결정하는 FDA의 피드백에 이목이 집중된다.
컴퍼스는 이번 임상에서 대조군의 절반 이상이 교차투여를 받으면서 두 군의 차이가 희석돼 OS 데이터가 교란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계획된 2차 분석 결과 교차투여 환자들의 교차 후 PFS가 3.5개월로, 교차 전 PFS(1.9개월)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교차투여 환자군의 OS 중앙값이 12.8개월로 미교차투여 환자군(6.1개월)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됐다는 사후 하위집단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이처럼 교차투여로 인해 OS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되는 사례로는 아스트라제네카(AZ)가 EGFR T790M 변이를 가진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타그리소' 임상 3상(AURA-3)이 있다. 해당 임상에서 투여군의 PFS는 10.1개월로 대조군 대비 2배 이상 길었지만, 교차투여율이 73%로 높은 가운데 OS에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BL001 담도암 임상 2/3상의) OS 미충족이 약효 부재가 아니라 시험 설계에서 비롯됐다는 논리 자체는 성립하지만 규제 판단은 별개의 문제"라며 "사후적으로 제시되는 교차 보정 분석은 통상 탐색적 근거로 취급되며, FDA가 어느 수준으로 수용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ABL001의 담도암 임상 2/3상 전체 결과는 오는 10월 열리는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서 상위 등급의 제안 논문(Proffered Paper)으로 선정돼 구두발표될 예정이다. ESMO는 세계 3대 암 학회 중 하나로, 다양한 암질환에 대한 표준 치료와 진단, 예후 관리에 대한 근거 기반의 지침을 제공한다. 이에 ESMO 구두발표 대상으로 선정되는 연구는 임상적 가치가 높은 고무적 성과로 여겨진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교차치료는 환자의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시행하는 것이고, 교차치료를 하면 OS를 주요 평가 변수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ESMO 구두발표에 선정됐다는 건 담도암 영역에서 이번 임상 데이터를 좋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