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에서 강한 항암효과를 보이고도 인체 임상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STING 작용제가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을 위한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초기 실패는 표적 자체보다 약물전달과 독성, 동물모델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면역세포를 종양으로 불러들여 면역관문억제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STING 경로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데이비드 A. 바비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 흉부종양센터 소장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 2026)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궁극적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것은 T세포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T세포가 종양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바로 이 과정에서 선천면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비 소장은 하버드의대 교수이자 다나파버 벨퍼 응용암과학센터 부소장으로 KRAS 표적치료와 선천면역, STING 경로를 연구해온 의사과학자다. 올해 국제학술지 '캔서 셀'(Cancer Cell)에 STING 항암면역의 가능성과 한계, 소세포폐암에서 종양 혈관의 STING 활성화가 NK세포의 항암면역을 촉진한다는 연구를 잇따라 발표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종양에 침투한 T세포에 걸린 '브레이크'를 풀어 항암작용을 되살린다. 하지만 면역세포가 거의 없는 '차가운 종양'에서는 활성화할 T세포 자체가 부족해 효과가 제한된다. STING 작용제는 인터페론(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종양에 불러들이는 신호물질) 생성을 유도해 T세포와 NK세포를 종양으로 불러들이는 선천면역 치료제다.
바비 소장은 "많은 암은 인터페론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획득한다"며 "인터페론 반응이 없다면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해도 T세포가 종양 안으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관문억제제가 주로 T세포에 작용한다면 STING 활성화는 인터페론을 유도하고 T세포와 NK세포가 종양으로 들어오도록 한다"며 "두 접근은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 STING 작용제 상당수는 마우스 종양모델에서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했을 때 강한 활성을 보였다. 하지만 종양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어서 전신에 암이 퍼진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나의 종양에 투여해 다른 부위까지 충분한 면역효과를 일으키기도 어려웠다.
전신투여형 후보물질도 등장했지만 항암효과와 독성 억제를 동시에 달성할 치료역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STING 작용제는 T세포와 NK세포를 불러들이지만 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오히려 T세포를 죽일 수 있다. 바비 소장은 "종양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킬 만큼 STING을 활성화하면서도 과도한 전신 독성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모델과 사람의 암 사이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종양을 이식한 마우스는 면역체계가 이미 종양을 배제하려는 반응을 시작한 상태여서 STING 작용제가 이를 강화하기 쉽다. 반면 사람의 암은 오랜 기간 성장하며 면역 회피 기전을 획득해 동물실험의 효과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뚜렷한 항종양 활성을 확인하지 못한 초기 임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일부 파이프라인을 정리했다. 노바티스는 2019년 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뒤 종양 내 투여형 STING 작용제를 개발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고, GSK도 정맥투여형 후보물질의 임상 1상을 조기 종료했다.
차세대 치료제의 경쟁력은 전신의 종양에 도달하면서도 T세포 사멸을 피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게 바비 박사의 분석이다. STING을 직접 자극하는 대신 자연적인 신호를 억누르는 ENPP1과 TREX1을 차단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꼽힌다.
바비 소장은 이를 PD-1과 유사한 '선천면역 관문'으로 설명했다. ENPP1을 억제하면 DNA 손상으로 생성된 STING 활성화 신호가 축적되고, TREX1을 억제하면 암세포 내부의 DNA가 늘어 STING 경로가 이를 감지할 수 있다.
바비 소장은 화학요법과 항체-약물접합체(ADC), 표적항암제와의 병용도 유력한 전략으로 제시했다. 화학요법이나 ADC가 종양에 DNA 손상을 일으키면 ENPP1 저해제 등의 활성을 높일 수 있다. STING 작용제를 ADC의 페이로드(약물)로 탑재하면 종양에 선택적으로 전달해 전신 독성을 줄일 수 있다. KRAS 저해제와 병용해 표적치료 반응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바비 소장은 "현재 ADC에서 나타나는 인상적인 반응은 앞으로 나타날 변화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며 "STING 작용제를 ADC의 페이로드로 사용하면 약물을 종양에 선택적으로 전달하고 도달하는 양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잠재력에 주목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차세대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다케다는 전신투여형 STING 작용제 '다조스티나그'(TAK-676)의 임상 1/2상, 베링거인겔하임은 2세대 전신투여형 'BI 1703880'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다이이찌산쿄는 STING 작용제를 탑재한 EGFR 표적 ADC 'DS3610'을 임상 1상 중이다.
국내에서는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가 경구용 ENPP1 저해제 'TXN10128'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의 저분자 STING 작용제 'LCB39'와 한미약품의 mRNA 기반 STING 경로 치료제는 전임상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