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상황실이 이송병원 지정" 법안에…의료계 "비현실적" 반발

홍효진 기자
2026.09.22 15:24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 복지위 의결
119상황센터 등이 '이송병원 지정' 가능
의료계 "현장 상황 고려없는 비현실적 규정"

지난 8월5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구급차가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 /사진=뉴스1

중증 응급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하 중앙상황실)과 119구급상황센터(119상황센터)가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응급실 미수용(뺑뺑이) 방지법'이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할 배후진료 인력 부족 등 관련 상황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에서 응급의료 체계 개편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정부가 지난 3~5월 광주·전라지역에서 실시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오는 추석 연휴 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인 가운데, 응급의료법 개정안에도 지자체별로 지역이송체계를 수립하도록 하는 등 해당 사업 관련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중증 응급 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신속히 정해지지 않는 경우 중앙상황실과 119상황센터가 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중앙상황실과 119상황센터는 응급의료 정보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병원이 응급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일 경우엔 중앙상황실에 고지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이송 기관이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할 '정당한 사유'도 구체화했다. 정당한 사유는 △시설·장비·인력 등이 부족해 적절한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 △최종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이 다른 환자의 최종진료 등을 수행 중인 경우 등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 명칭은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바뀐다. 응급의료 행위로 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에 대한 형사처벌 감면은 '임의적'(면제할 수 있다) 규정에서 '필요적'(면제한다) 규정으로 개정했다. 이송 병원이 정해지지 않는 중증 응급 환자를 수용하도록 지정된 병원 내 응급의료진 관련 형사처벌도 필요적 면제 규정을 신설했다.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에서 발령한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된 지난해 10월2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의료계에선 개정안 내 기준이 응급의료 현장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관련 입장문에서 "이송 전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도록 한 절차가 법률에서 사라졌단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그러면서도 병원이 (수용 확인)전화를 받기 위해 전용 회선과 담당 인력을 유지해야 할 의무는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현행 응급의료법엔 119구급대 등이 이송 전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해야 한단 조항이 있지만 개정안에선 이 내용이 삭제됐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제한된 정보만으로 환자 상태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짚었다. 의협은 "의식이 있어 경증으로 보이던 환자가 뇌출혈로 밝혀지는 일도 있다"며 "(현재 개정안은)판단은 구급대원이 하고 잘못된 결과의 책임은 환자를 받은 응급실이 지는 구조다. 이를 대신할 실시간 정보망도 현장에서 믿고 쓸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환자 수용이 어려운 정당한 사유에 대한 기준도 비현실적"이라며 "시설·인력·장비가 부족한 상황은 일률적으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실시간으로 입증하는 것도 어렵다. 응급실 진료 능력을 실시간으로 고지하는 것 역시 일분일초를 다투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 비수도권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수용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구체화하긴 했지만 이 사유가 실제 급박한 응급의료 현장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개입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제한적이다. 결국 배후진료 인력 확충 등 기본적인 과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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