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가세에 판 커진 RSV 시장…성인 넘어 영아 예방도 경쟁 심화

정기종 기자
2026.09.29 16:06

화이자, 아브리스보 국내 출시 임박…GSK·모더나와 성인 백신 경쟁
영아 예방은 사노피·MSD 직접투여 항체에 화이자 임부 백신 가세

화이자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아브리스보'가 국내 출시를 앞두면서 RSV 예방시장의 경쟁구도가 확대되고 있다.

29일 한국화이자제약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아브리스보의 국내 품목허가를 받고 연내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아브리스보는 RSV A형과 B형의 융합 전 F단백질을 항원으로 사용하는 2가 백신이다. 60세 이상 성인과 RSV 하기도질환 위험이 높은 18~59세 성인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브리스보가 기존 성인 RSV 백신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임부 접종이다. 임신 28~36주에 접종하면 산모에게 형성된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돼 출생 후 생후 6개월까지 영아의 RSV 하기도질환을 예방한다. 영아에게 직접 접종하는 것이 아니라 임부 예방접종을 통해 출생 후 영아를 보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RSV 예방시장은 최근 2년간 빠르게 제품군이 늘었다. 영유아 예방항체와 성인 백신으로 대상군이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돼 있던 시장에 각각 경쟁 제품이 등장한 데 이어, 아브리스보가 성인과 임부를 동시에 접종 대상으로 확보하면서 경쟁 범위가 한층 넓어지는 모습이다.

2024년까지는 사노피의 장기지속형 단클론항체 '베이포투스'(니르세비맙)가 영유아 예방, GSK의 백신 '아렉스비'가 성인 예방을 각각 주요 영역으로 삼았다. 아렉스비는 2024년 12월 허가된 뒤 지난해 5월 국내 접종을 시작했다. 최초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허가된 데 이어 RSV 하기도질환 위험이 높은 성인으로 접종 범위를 넓혔다.

이후 모더나의 '엠레스비아'가 허가되면서 성인 RSV 백신시장에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 엠레스비아는 RSV 융합 전 F단백질의 유전정보를 전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mRNA 백신이다. 아브리스보까지 출시되면 국내 성인 RSV 백신시장은 아렉스비·엠레스비아·아브리스보 등 3개 제품 경쟁으로 확대된다. 세 제품 모두 성인을 주요 대상으로 하지만 허가 연령과 고위험군 범위, 백신 플랫폼 등에는 차이가 있다.

영유아 예방시장도 올해 경쟁체제로 전환됐다. 베이포투스는 백신과 달리 완성된 단클론항체를 직접 투여하는 수동면역 방식이다. 첫 RSV 유행 계절을 맞는 신생아·영아뿐 아니라 두 번째 RSV 계절을 맞는 생후 24개월 이하 소아 중 중증 RSV 질환 위험이 높은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MSD의 '엔플론시아'(클레스로비맙)가 한발 앞선 이달 국내 출시되며 경쟁 제품이 등장한 상태다. 엔플론시아 역시 장기지속형 단클론항체를 영아에게 직접 투여하는 제품으로 첫 RSV 유행 계절을 맞는 영아를 대상으로 한다. 베이포투스와 같은 영아 예방 수요를 겨냥하지만 세부 허가 대상에는 차이가 있다.

아브리스보는 각각 경쟁이 시작된 두 시장에 모두 걸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성인에서는 기존 백신과 직접 경쟁하고, 임부 접종을 통해서는 베이포투스·엔플론시아가 겨냥하는 영아 RSV 예방 수요와 접점을 갖는다. 아브리스보의 접종 대상이 영아까지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임부 접종을 통해 영아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영아 예방시장과 연결되는 구조다.

영아 예방에서는 예방 방식도 갈린다. 베이포투스와 엔플론시아는 출생한 영아에게 RSV를 중화하는 항체를 직접 투여한다. 반면 아브리스보는 출산 전 임부에게 백신을 접종해 생성된 항체를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한다. 영아의 RSV 하기도질환을 예방한다는 목적은 겹치지만 예방 시점과 투여 대상이 다르다.

이에 따라 아브리스보 출시 이후 영아 RSV 예방에서는 '임신 중 백신 접종'과 '출생 후 예방항체 투여'가 동시에 선택지로 놓인다. 임부의 접종 여부와 출산 시기, RSV 유행 계절, 영아의 중증 위험요인 등이 의료현장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SV는 건강한 성인에게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영유아와 고령층에서는 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하기도질환으로 진행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생후 6개월 미만 영아와 고령자, 심혈관·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자는 입원과 중증화 위험이 높은 집단으로 꼽힌다.

향후 실제 시장구도에는 가격과 접종·투여 편의성, 예방 지속기간뿐 아니라 국가예방접종사업(NIP) 포함 여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유아와 고령층 등 중증화 위험이 높은 집단이 주요 예방 대상인 만큼 비용과 접근성이 실제 접종·투여율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백신이 NIP 지원 대상 포함에 유리하다는 입장이지만, 규제 당국은 백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반드시 백신이 아니더라도 '예방접종' 개념에 활용되면 NIP 지원 대상 기준에 속할 수 있어 항체주사 역시 검토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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