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에서 진료받고 탈의하는 영상들이 해외 불법 음란사이트에 유포된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 정보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보건의료 분야의 보안을 강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시급하다"며 "복지부가 민간 의료기관과 함께 논의해 의료기관 보안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허 의원은 국내 의료기관 영상 최소 80건이 해외 불법 사이트에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9월 29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영상에는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대기실과 상담실, 초음파실, 진료실을 오가는 전 과정이 동선별로 편집돼 있었고, 시술 장면과 환자의 얼굴·신체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주사실에서 주사를 맞는 모습, 병실에서 환자복을 갈아입는 장면, 성형외과에서 상담·시술을 받는 장면 등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유출은 인터넷에 연결된 'IP(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가 경로로 지목된다. 법으로 의무화된 수술실 폐쇄회로(CC)TV와 달리, 병원이 회복실·진료실 등에 자체 설치한 카메라에는 의료법상 보안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불법 영상은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유출 경로를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IP카메라가 문제로 지목되고 있어 그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의협·병협과 이 문제를 논의해 자체 보안 점검과 강화를 요청했고, 의협은 자체 점검과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며 "의료계와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수술실은 영상 촬영 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돼 있는데, 의무화된 수술실 영상 기록은 IP카메라가 아니라 CCTV로 하게 돼 있어 폐쇄망 안에서 보관된다"며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보안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의료현장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정 장관은 "의료기관에서 제도로 규정하는 부분과 비용 부담, 전문 인력 부족 등을 호소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환자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 담긴 영상이 해외 음란물 사이트에 떠돌고 있다"며 "장관이 약속한 민관 합동 대책이 말에 그치지 않도록, 의무 수술실 CCTV뿐 아니라 병원이 설치한 모든 영상기기에 대한 보안 기준과 점검 의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