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공표한 저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 명단에 포함된 제약·바이오기업 13곳 가운데 10곳이 전통제약사 계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강점으로 꼽혀왔지만 장기간 낮은 시장 평가를 받아온 만큼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 노력이 과제로 떠올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가 이날부터 공표하는 저PBR 기업 151개사 중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은 13곳(의료기기 등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통제약사와 제약 지주사, 원료의약품 기업은 10곳.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광동제약과 동화약품, 한독, 환인제약 등 전통제약사 4곳과 제일파마홀딩스, 종근당홀딩스 등 지주사 2곳이 포함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경남제약과 대한약품, 삼아제약, 원료의약품 전문기업 화일약품 등 4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명단 공표는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거래소는 최근 6개 반기 연속 또는 7개 반기 중 6개 반기 동안 PBR이 업종별로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한 기업을 선정했다. 일시적인 주가 하락이 아닌 장기 저평가 기업을 선별한 것이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1배 미만이면 장부상 순자산보다 시장 평가가 낮다는 의미다. 다만 낮은 PBR은 저평가 가능성과 함께 수익성이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낮은 기대를 반영할 수도 있다. 거래소는 선정 기업을 증권사 거래화면에 표시하고 맞춤형 컨설팅 등을 통해 자발적인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전통제약사는 기존 의약품 판매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임상시험 결과나 기술이전 등 연구개발 성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신약개발 중심 바이오기업과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대신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실적이 강점으로 꼽혀왔다.
다만 사업 안정성이 반드시 높은 기업가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의약품 중심의 사업구조에서는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발생하더라도 시장의 성장 기대를 높일만한 새로운 동력이 부족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제품의 성장 정체나 수익성 둔화, 신약개발 성과의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 보유자산에 비해 낮은 시장 평가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저PBR 기업 선정은 전통제약사들에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안겼다고 볼 수 있다"며 "안정적인 매출과 보유자산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여지가 있지만, 낮은 PBR이 곧 주가 상승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의 평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신규 성장동력 확보, 자본 효율성 제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별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안정적 성장 속 저평가' 또는 '성장 동력 부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각 기업들의 대응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전통제약업계의 대응책으론 기존 의약품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신약개발과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거나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등이 거론된다.
가장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곳은 제일파마홀딩스다. 지난달 핵심 자회사 수익성 개선과 투자부동산 활용, 자기주식 활용, 배당 등을 통해 자본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현재 0.37배 수준인 PBR을 오는 2028년 PBR 0.5배로 높인다는 목표다.
종근당그룹 지주회사인 종근당홀딩스는 이번 평가를 계기로 내부 검토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지주회사의 저PBR 그룹 선정이 그룹사 신약개발 역량이나 의약품 사업 경쟁력으로 직결되진 않지만, 상징적 위치를 고려해 주주환원 정책 외 실질적 지표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종근당홀딩스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PBR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내부적으로 다방면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활명수와 판콜, 후시딘 등 일반의약품(OTC)을 핵심 매출원으로 성장해온 동화약품은 그동안 힘을 실어온 사업다각화 성과 가시화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회사는 최근 수 년간 기존 OTC 중심의 사업구조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헬스케어, 식품, 의료기기, 해외 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며 "앞으로는 각 사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한편, IR 활동도 더욱 강화해 시장 및 주주들과의 소통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