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경상북도 홍보사무소에는 요즘 밀려드는 취소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내달 13일부터 경상북도 문경, 안동, 경주 일대에서 4차례로 나눠 열리는 ‘서라벌 한·중 청소년 교류 캠프’에 불참하겠다는 통보다.
이 행사는 당초 중국 초·중·고 학생 2000여명이 참석을 알려왔다. 하지만 메르스 창궐 이후 이미 1~2차 참석 예정자 800여명이 전원 참석을 취소했다. 그나마 8월4일부터 열릴 예정인 3차 캠프는 아직까지 일부 대기자들이 남아 있지만 이들의 참여도 사실상 비관적이다. 중국 각 지역별로 1인당 참가비가 4000~5000위안에 달하는 이 캠프는 100% 예약 취소 시 참가비 수입만 18억원이 공중으로 사라진다.
10일 중국 현지 여행·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의 메르스 감염 속도 못지않게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 취소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6월 들어 중국인 예약 취소가 10만명을 넘는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지난해 월 평균 방문객을 50만명으로 잡고, 이중 20%를 예약 취소자로 추산할 것일 뿐 실제로는 훨씬 웃돌 전망이다. 중국 현지 여행업계는 기존 예약 취소는 물론 신규 예약 자체가 끊긴 것을 감안할 때 지난해 6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57만3852명) 수준에 근접하는 취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더 큰 문제는 7월이다. 7~8월은 중국 여름방학 기간으로 중국인의 한국 방문이 가장 많은 최대 성수기. 지난해 이 두 달 간 한국을 찾은 방문객 수만도 145만명으로 연간 방문객의 24%를 차지한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7~8월 한국 여행 예약이 활기를 띠어야 하지만 현재 신규 예약은 찾기 힘들다. 이 추세라면 올 여름방학은 지난해의 반타작 예약도 힘들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메르스 추가 지속 여부에 따라 지난해 610만명을 돌파한 중국인 관광객이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사스(2003년)나 에볼라 바이러스(2014년) 창궐 당시와 비교할 수 없는 타격이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주 이후 메르스 추가 감염이 한풀 꺾인다고 가정해도 메르스 잠복기와 여행 안전 확인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인들의 6~7월 한국 여행은 사실상 개점휴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진정된다는 전제하에 중국인 여행은 8월 이후에나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이렇다보니 일본에게 자칫 중국인 관광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이미 중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여행상품들은 첫 기착지를 부산이나 인천이 아닌 일본 오키나와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위안화 환율이 1년전보다 18% 정도 하락하며 일본 내 쇼핑 조건이 좋아진 것도 중국인들의 일본행을 부추길 수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 메르스 진정이 확인된다면 반사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회복을 위한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1인당 쇼핑 지출액은 152만원(2013년 기준)으로 10만명 당 1520억원에 달할만큼 경제 기여 효과가 크기 때문에 내수 진작을 위해서도 이런 조치들은 빠를수록 좋다는 평이다.
한국관광공사 박정하 베이징 지사장은 “메르스만 진정된다면 무엇보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다시 한국으로 끌어오는 대책들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며 “중국 언론과 현지 여행사에 한국 여행의 안전성을 적극 알리는 한편 SNS를 통해 중국인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