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중국 증시의 급반등에 힘입어 상승했다. 연일 중국 증시에 따라 울고 웃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리스가 국제채권단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협상안을 마련했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오는 12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협상 마감시한 이전에 국제채권단과 그리스가 구제금융에 합의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9일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4.63포인트(0.23%) 상승한 2051.31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는 33.20포인트(0.19%) 오른 1만7548.62로 마감했다. 나스닥은 12.64포인트(0.26%) 상승한 4922.40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등공신은 역시 중국이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정부의 전례 없는 고강도 부양책에 힘입어 5.8% 급등하며 6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상하이선전 CSI300지수도 6.40% 오른 3897.63에 장을 마쳤다.
◇ 그리스, 채권단 요구 반영한 새 개혁안 제출
그리스 상황도 증시에 힘을 보탰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재정수지 개선 목표치를 기존보다 50% 상향 조정한 새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현지 일간 카티메리니가 이날 출처를 특정하지 않고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내년까지 각종 경제개혁 조치들로 개선될 재정수지 규모를 기존 80억유로에서 120억유로로 상향 조정한 새 협상안을 마련했다.
재정수지 규모를 조정한 것은 그리스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낮아지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그리스와 채권단은 올해 그리스의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1%, 내년 2%로 합의했다.
카티메리니는 기존 개혁안은 올해 그리스의 성장률을 0.5%로 전제하고 제시됐지만 이제는 마이너스 3%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자본통제 조치와 수개월 째 이어진 불확실성 탓이다.
또 다른 일간지인 나프템포리키는 재정수지 개선방안을 소개했다. 나프템포리키니는 개혁안에 법인세율을 기존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하고 사치품에 대한 부가세율을 10%에서 13%로 높이는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가공식품과 식당 등 외식업에 붙는 부가세율은 13%에서 23%로 인상된다. 호텔 이용 부과세율은 6.5%에서 13%가 된다. 그러나 그리스 도서 지역은 여전히 면세 대상으로 남는 조치가 들어가 있어 채권단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치프라스 총리의 새 개혁안으로 집권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일부 세력은 물론 연정 파트너인 그리스독립당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치프라스 총리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제동을 걸려면 이날 국제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개혁안을 제출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이 개혁안을 토대로 오는 12일 그리스 구제금융의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그리스는 오는 20일까지 유럽중앙은행(ECB)에 35억 유로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전면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전망이다. ECB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내면 이 나라 은행권의 생명줄인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중단할 수 있다. 이 경우 그리스는 결국 차용증(IOU)을 발행해 부족한 유로화를 대체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IOU 발행은 그렉시트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IMF 글로벌 성장 전망 하향 조정…그리스 위기 ‘제한적’
국제통화기금(IMF)가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증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IMF는 이날 공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수정판에서 올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5%에서 3.3%로 낮췄다. 다만 내년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는 4월과 동일한 3.8%로 유지됐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제시됐다. 이는 4월 3.1%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다.
IMF는 미국과 캐나다의 1분기 부진한 성장률이 올해 글로벌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IMF는 세계 경제에 미치는 하강 리스크(위험)가 4월보다 커졌다고 분석했다. 하강 리스크를 높인 요인으로 △급격한 자산가격 변동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 △미국 달러화 강세 △중기적으로 낮은 성장률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이 거론됐다.
IMF는 그러나 그리스 사태가 전 세계에 광범위한 충격을 안길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무질서하게 벗어나 고통을 겪을지 다소 의문이 남는다”면서도 “전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 에반스 총재 “금리인상, 내년 중순 이후로”… 美 실업수당청구 2월 이후 최대
이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내년 중순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에반스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럽과 중국, 신흥시장의 리스크를 고려해 볼 때 금리인상을 늦출 가치가 충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준 정책위원 가운데 연내 금리를 올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2명 가운데 1명이다.
그는 또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좋은 상태이며 내년 상황은 임금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가 살아난다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에반스 총재는 "우리가 직면한 모든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왜 서둘러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금리 인상을)좀 더 늦춘다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생각하는 단계라고 보기 어렵다"며 미국 경제 상황이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계가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지금 시점에 그 어떤 나라도 재정 정책을 바꾸기 어렵다"며 "우리가 직면한 이런 위험들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목표로 삼고 있는 물가상승률 2%는 201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반스 총재는 경기 회복 지속 여부는 소비자들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다며 "내가 불안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바클레이의 마이클 가펜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회의(FOMC) 의사록을 보면 평상시와는 달리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었다"며 "연준 위원들이 불확실성과 취약점에 주목해 금리 인상을 늦출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호조를 이어왔던 고용지표는 다소 주춤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4일까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전주 대비 1만5000건 증가한 29만7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7만5000건을 뛰어넘는 것으로 2월 마지막 주 이후 최대치다.
하지만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8주 연속 30만건을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고용시장 회복과 부진을 가르는 판단선으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30만건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 달러 ‘강세’ 금값 ‘하락
국제 유가가 중국 증시 회복과 이란 핵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2% 넘게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13달러(2.19%) 급등한 52.78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랜트유 가격 역시 3% 넘게 급등하며 58.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은 중국 증시가 6% 가까이 반등하며 중국 원유 소비 급감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이란 핵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감소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미국이 본격적인 휴가 시즌에 돌입하면서 휘발유 등 유류 제품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달러 가치도 중국 증시의 급반등과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45% 상승한 96.65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최근 연일 강세를 보였던 엔화는 하락 반전했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7% 상승한 121.27엔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6% 하락한 1.100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 금값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증시로 쏠리면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4.3달러(0.4%) 하락한 1159.20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 금값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20달러 이상 폭락했고 어제는 다시 11달러 가까이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