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그리스 의회의 구제금융 법안 승인과 고용지표 호조에 힘입어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우려와는 달리 기업들이 양호한 2분기 성적표를 내놓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은 전날보다 64.24포인트(1.26%) 오른 5163.18을 기록했다. 이전 최고치는 지난 6월23일 기록한 5160.09였다. 나스닥100 역시 넷플릭스와 이베이, 마이크론 등의 상승에 힘입어 전날보다 1.47% 상승한 4594.90을 기록,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16.89포인트(0.8%) 상승한 2124.29로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70.08포인트(0.39%) 오른 1만8120.25로 거래를 마쳤다.
찰스 슈왑의 오마르 아귈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 실적이 계속 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금융주들이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그리스, 정상화에 한 걸음 더… ELA한도 증액
그리스 의회가 구제금융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전날 전체의원 300명 가운데 229명이 찬성표를 던져 압도적인 표차로 구제금융 관련 법안을 승인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압박 카드로 사용했던 그리스 시중은행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전격 증액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내로 ELA 한도를 9억유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ECB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은행들은 오는 20일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드라기 총재는 또 그리스가 이달 20일로 예정된 부채 35억유로를 기한내로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리스 은행에 대한 담보 할인율과 관련해서는 ECB내에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제공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 관계자에 따르면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70억유로의 브릿지론(단기자금) 집행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 실적 호조…씨티·골드만, 소송비용에 운명 엇갈려
이날 기업들은 대부분 개선된 실적을 내놓으며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탰다. 다만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는 소송비용으로 인해 엇갈린 성적표를 내놨다.
소송비용을 줄이는데 성공한 씨티그룹은 시장 전망을 뛰어넘은 2분기 실적을 내놨다. 씨티그룹은 올해 2분기 순익이 48억5000만달러, 주당 1.51달러를 기록했으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조정순익은 주당 1.45달러로 시장이 예상했던 1.34달러를 훨씬 앞질렀다.
작년 2분기의 경우 씨티그룹은 37억달러의 합의금 지불로 인해 순익은 1억8100만달러에 불과했었다. 올해 2분기 영업비용은 작년보다 7.2% 감소한 109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소송 관련 비용은 4억2100만달러로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거대한 소송비용으로 순익이 반토막났다. 골드만삭스의 2분기 순익은 10억5000만달러, 주당 1.98달러로 작년 같은 분기 20억4000만달러, 주당 4.10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14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모기지 부실판매 관련 소송비용이 2분기 순익 급감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송비용을 제외하지 않은 주당순익은 4.49달러로 전망치 3.96달러를 웃돈다. 골드만이 지불해야 할 합의금은 최소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씨티그룹을 비롯해 좋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모두 주가가 오르고 있다. 찰스 슈왑은 2.4% 상승했고 필립모리스도 4.1% 전진 중이다. 넷플릭스는 2분기 가입자수 급등에 힘입어 주가가 17% 가량 폭등하고 있다.
◇ 고용지표 호조, 주간 실업청구 다시 하락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미국 경기회복세에 또다시 청신호를 나타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1일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 수정치보다 1만5000건 줄어든 28만1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청구건수가 직전주보다 감소한 것은 약 한 달만에 처음이다. 앞서 시장이 내놓은 전망치 28만5000건에도 4000건 낮았다.
고용시장 회복 기준점으로 판단되는 30만건은 이로써 19주째 밑돌고 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긴 추세로 그만큼 미국 고용시장 강세가 뚜렷하다는 신호로 인식된다. TD시큐리티의 제나디 골드버그 미국담당 투자전략가는 "올해 지표는 적어도 해고 측면에서 미국 고용시장에 얼마나 좋은 모습인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7월 제조업 지수는 플러스(+)5.7로 전월(+15.2)은 물론 전문가 예상치(+12.5)보다 하락했다. 달러 강세로 기업들의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달러, 7주 '최고' WTI 3개월 '최저'
달러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와 고용지표 호조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며 7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 외환시장에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49% 상승한 97.64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63% 떨어진 1.0878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29% 오른 124.12엔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5달러(1%) 하락한 50.9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9일 이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북해산 브랜트유의 경우 영국 최대 원유생산시설이 정전으로 가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에 배럴당 0.7달러 상승한 57.70달러를 나타냈다. 가동이 중단된 영국 버저드 유전 지역은 하루 17만~18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또 하락하며 8개월 최저 수준을 이어갔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2.5달러(0.2%) 하락한 1144.90달러를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