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품물가가 엘니뇨로 들썩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엘니뇨가 농작물 가격을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며 아시아를 비롯한 주요 농작물 산지로 엘니뇨의 영향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니뇨는 2~7년을 주기로 태평양의 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이다. 강도에 따라 지역별로 가뭄이나 홍수를 일으킨다. 주요 곡물 산지인 동남아 지역에서는 주로 이례적인 가뭄이 나타난다.
최근 미국과 호주의 기상당국은 올해 20년 만에 최악의 엘니뇨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주 태평양의 수면 온도가 보통 수준보다 현저하게 높다며 이 추세라면 195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는 작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브라질에서는 폭우로 사탕수수 작황에 경고등이 켜졌고 호주와 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선 가뭄이 팜유, 밀, 코코아, 커피 농사를 망칠까봐 걱정한다.
베트남 커피코코아협회는 올해 커피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고 태국 쌀수출협회는 올 시즌 쌀 생산량이 15~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은 아라비카와 함께 양대 커피원두인 로부스타 원두를 생산하는데 전 세계 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된다. 로부스타 원두는 에스프레소 커피 등에 주로 쓰인다.
인도네시아 팜유협회는 예년보다 더 건조한 기후 탓에 팜유를 짜내는 야자열매가 익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와 함께 전 세계 팜유의 85%를 생산한다. 팜유는 식용기름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엘니뇨 공포는 이미 농작물 선물시장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퓨처소스에 따르면 지난 3주 동안 설탕 가격은 31% 올랐고 유제품은 36% 뛰었다. 팜유는 13.1%, 밀은 6.1% 상승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내는 세계식품가격지수는 지난달 156.3으로 전월에 비해 1포인트 올랐다. 지수가 오르기는 18개월 만에 처음이다. 설탕과 유제품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식품물가의 상승 압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이번 엘니뇨가 농산물 작황에 어느 정도 피해를 줄지 예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엘니뇨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엘니뇨가 내년에 절정에 달할 것이라며 적어도 6개월은 지나야 전체적인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과거의 엘니뇨는 12개월 지속되는 동안 농작물을 비롯한 비연료 원자재 가격을 평균 5.3%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