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금융과 원자재 업종 강세에 힘입어 이틀째 상승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경기지표도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1% 이상 가까이 올랐다. 중국의 수출이 9개월 만에 상승했고 유럽 증시가 나흘째 강세를 보인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경기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이 미국 경제가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도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20.70포인트(1%) 상승한 2082.42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87.03포인트(1.06%) 오른 1만7908.28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75.33포인트(1.55%) 상승한 4947.42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 증시는 은행업종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JP모건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은 것이 기폭제가 됐다. JP모건의 1분기 주당순이익은 전년도 1.45달러에서 1.35달러로 감소했다. 매출 역시 3% 감소한 240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시장 예상치 1.26달러와 234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로우르케 최고 전략분석가는 “(JP모건의)실적이 잘 나오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업종 지수는 2.06% 올랐고 원자재업종 지수 역시 2.05%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아연이 3% 상승한 것을 비롯해 알루미늄도 1.6% 올랐다.
◇ 소매판매·생산자물가·기업재고 모두 부진
이날 발표된 경기지표들은 모두 부진했다.
먼저 3월 소매판매는 자동차 판매 부진 영향으로 감소했다. 미국 상무부는 3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3% 줄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0.1% 증가했을 걸로 예상했었다. 지난달 수치는 0.1% 감소에서 보합세로 상향 조정됐다.
세부항목 가운데 자동차 판매가 전월대비 2.1% 줄었다.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 감소했다. 2월에는 보합세를 나타냈었다. 반면 주유소 판매는 0.9% 증가했다. 휘발유 가격이 상승 반전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폭 늘었다.
소비경기의 기저를 보여주는 3월 핵심 소매판매(자동차, 휘발유, 건축자재, 식품 제외)는 0.1% 증가했다. 2월 수치는 보합세에서 0.1%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시장에서는 0.3% 늘 걸로 예상했었다.
생산자 물가 역시 예상과 달리 하락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3월중 미국의 생산자물가는 전월비 0.1% 내렸다. 시장에서는 0.2% 올랐을 걸로 예상했었다. 전달에는 0.2% 하락했었다.
항목별로는 서비스물가가 전월비 0.2%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첫 하락세다. 2월에는 보합세를 나타냈었다. 식품물가도 0.9% 떨어졌다. 반면 에너지물가는 1.8% 반등했다. 전월에는 3.4% 내렸었다. 휘발유 가격은 7.1% 급등해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2월 기업재고는 전월대비 0.1% 감소하며 판매 속도 대비 기업재고 수준이 6년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0.2% 증가로 집계됐던 1월 수치는 0.1% 감소로 하향 수정됐다.
국내총생산(GDP) 산출에 사용되는 자동차 제외 소매재고는 전월비 0.3% 증가했다. 전달에는 0.2% 증가했었다. 자동차 재고는 1.3% 늘었다. 전월에는 0.8% 늘었었다.
2월중 기업판매는 전월비 0.4% 감소했다. 전달 수치는 0.4% 감소에서 0.8% 감소로 대폭 하향 수정됐다.
2월 판매 속도 대비 기업재고 수준은 1.41개월치로 전달(1.40개월치)에 비해 더 높아졌다.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고치다.
◇ 베이지북 “美 경제 확장 지속, 고용 호조→임금 상승→소비 증가”
경기지표 부진과는 달리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가 고용시장 호조와 임금 상승, 소비지출 증가에 힘입어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이날 공개한 '베이지북'에 따르면 12개 지역 가운데 11개 지역에서 경기 확장이 관찰됐다. 베이지북은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지역 경제 상황을 조사한 경기동향 보고서다.
고용시장 호조도 지속되고 있었다. 클리블랜드를 제외한 11개 연은은 고용시장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고용시장 호조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건설분야 기술직과 제조업, IT 분야는 일손 부족으로 임금 상승 압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이 상승하면서 씀씀이도 커지고 있었다. 휘발유 가격 하락과 유통업체들의 할인 판매 등도 소비지출이 늘어나는데 도움이 됐다. 자동차 판매는 대다수 지역에서 강세를 이어갔고 소매 가격도 대부분 상승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달러 강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관찰됐다. 4개 지역 연은은 국제 관광객이 감소했다고 보고했고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농산물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은 긍정적인 신호가 관찰됐다. 5개 지역에서 제조업체들의 경비 지출이 늘어났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앞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투자 역시 대부분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지역에서 건설과 부동산 성장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주택 산업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화한 겨울 날씨로 난방 수요가 줄면서 천연가스 가격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지역의 경우 석탄과 원유 등의 생산이 조만간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고됐지만 일부 지역은 이들 생산이 감소했다.
◇ 국제유가, 차익실현·美 재고 급증에 하락 반전…WTI 1%↓
국제 유가는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 영향으로 나흘만에 하락 반전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41달러(1%) 하락한 41.76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0.52달러(1.16%) 하락한 44.17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하락 반전한 것은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국제 유가는 세계 1,2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산유량 동결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4% 넘게 급등했었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전주보다 660만배럴 늘어난 5억365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190만배럴 증가를 3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원유 수입 창구인 쿠싱의 재고는 180만배럴 줄었다. 정유공장의 원유 처리량도 일평균 49만2000배럴 감소했다. 정유공장 가동률은 전주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휘발유 재고는 420만배럴 감소하며 전문가 예상치 140만배럴 감소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난방유와 디젤을 포함하는 정제유 재고는 50만배럴 늘었다. 시장에서는 28만1000배럴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수입은 일평균 68만6000배럴 증가했다.
◇ 달러 ‘강세’ 전환, 금값 닷새 만에 하락 반전
달러는 글로벌 증시 상승과 중국의 경기지표 호전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76% 상승한 94.77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92% 하락한 1.1279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2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은 0.7% 상승한 109.29엔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 금값은 증시 상승과 달러 강세 영향으로 닷새 만에 하락 반전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2.60달러(1%) 하락한 1248.30달러를 기록했다.
백금과 팔라듐 가격도 각각 0.3%씩 하락했다. 반면 국제 은 가격은 10센트(0.6%) 오른 16.32달러에 마감했다. 구리 가격도 1% 상승했다.
골드코어의 마크 오버른 이사는 "금값이 최근 많이 올랐고 증시와 달러 강세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 유럽증시, 나흘째 상승 ‘한달 최고’
유럽 증시는 나흘 연속 상승하며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수출지표 호재로 원자재가격이 강세를 나타내 광산주가 동반 상승했다. 전일 부진했던 이탈리아 은행주도 일제히 반등했다.
범유럽지수인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전장 대비 2.56% 상승한 1349.35를 기록했다. 스톡스600지수는 전장 대비 2.52% 오른 343.06에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 우량주인 스톡스50지수는 3.30% 높아진 3039.19에 마감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장 대비 1.93% 상승한 6362.89에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3.32% 오른 4490.31에 마감했다. 독일 DAX 지수는 2.71% 높아진 1만26.10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무역지표 개선 소식도 호재였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수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8.7% 급등한 1조5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6월 이후 9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그 덕분에 원유를 제외한 원자재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광산주가 동반 강세를 나타낸 가운데, 앵글로아메리칸이 11% 급등했고 BHP빌리턴도 9% 이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