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국제 유가 급등과 기대에 못 미친 경기지표 영향으로 등락을 거듭하다 혼조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장마감 후 발표되는 애플 등 기업들의 실적을 ‘지켜보자’며 관망세를 이어갔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3.91포인트(0.19%) 상승한 2091.70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13.08포인트(0.07%) 오른 1만7990.32로 마감했다.
반면 나스닥종합지수는 7.48포인트(0.15%) 내린 4888.31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나흘째 하락했다. 이는 1월11일 이후 처음이다.
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짐 폴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원자재와 국제 유가 상승, 달러 약세는 호재였지만 기술적 저항선과 경기지표 부진 등은 악재로 작용했다”며 “FOMC에 대한 불확실성도 투자자들을 멈칫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에너지와 원자재 업종 지수는 각각 1.49%와 1.41% 상승했고 금융 업종 지수도 0.77% 올랐다. 반면 헬스케어와 테크놀로지 업종 지수는 각각 0.45%와 0.3% 떨어졌다.
◇ 美 3월 내구재주문, 강달러·글로벌 경기 우려에 0.8%증가 그쳐
미국의 3월 내구재주문 증가율이 예상에 못 미쳤다. 자본설비 부문이 여전히 취약하고 글로벌 경기 위축 전망이 투자를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이날 미 상무부는 3월 내구재주문이 지난달보다 0.8%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인 1.9%를 하회했다.
글로벌 판매가 미약하고 미국 소비자 지출이 부진한 게 자본 지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요가 급격히 늘고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만큼 경기에 대한 확신을 얻기 전까진 증가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레이몬드제임스파이낸셜의 스콧 브라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강달러에 대한 우려와 글로벌 성장세 약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올 초부터 기업들의 걱정이 많았다"면서 "이것들이 자본 지출을 줄이고 사업 환경에 부담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 美 4월 소비자신뢰지수 전달比 1.9p↓ "노동시장 전망 비관적"
미국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단기 전망이 3월보다 덜 긍정적이었던 셈이다.
이날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4.2를 기록, 전달 96.1보다 떨어졌다.
린 프란코 전국산업심의회(콘퍼런스보드)의 경제지표 담당자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경제성장세가 위축되지 않을 것이란 데엔 공감하지만 단기 전망에선 (경기 반등의)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동 시장에 대한 전망이 호의적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몇 달간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본 소비자 비율은 전달 13.0%에서 12.2%로 떨어졌다. 연봉 인상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도 16.9%에서 15.9%로 하락했다.
다만 현재상황지수(PSI)는 같은 기간 116.4에서 114.9로 오르고 기대지수 또한 79.3에서 83.6으로 상승해 일정부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났다.
한편 2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5.4% 올랐다. 전문가 예상치인 5.5%를 밑돈 건 물론 작년 10월 이후 가장 적은 상승폭이다.
◇ 국제유가, 달러 약세·美 재고감소 전망에 급등…WTI 3.3%↑
국제 유가가 달러 약세와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전망에 3% 가까이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4달러(3.3%) 급등한 44.04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전날보다 배럴당 1.32달러(2.97%) 상승한 45.8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원유재고가 감소했을 것이란 관측도 유가를 끌어올렸다. 로이터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는 230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예상됐다.
ICAP의 스콧 셀턴 시장 전문가는 "산유량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며 "정유 마진이 높은 상태로 지속된다면 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달러, 경기지표 부진에 약세… 금값, 이틀째 올라
달러는 경기지표 부진 영향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더 힘들어졌다는 관측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26% 하락한 94.55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25% 상승한 1.1291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16% 오른 111.37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웨스트팩 뱅킹 코퍼레이션의 리차드 프래누로비치 선임 전략분석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일본 엔화의 경우 일본은행(BOJ)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 약세는 금값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3.2달러(0.3%) 상승한 1243.4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10.1센트(0.6%) 오른 17.11달러에 마감했다.
골드코어의 마크 오번 이사는 "달러 약세가 금값을 끌어올렸다"며 "미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6월에도 금리를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구리와 백금 가격도 각각 0.5%와 0.2% 내렸고 팔라듐도 0.2% 하락했다.
◇ 유럽 증시 ‘혼조’…기업 실적 호조·FRB 관망세 동시 작용
유럽 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기업 실적 발표가 떠받친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보자는 관망세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이날 스톡스유럽600 지수는 전장대비 0.18% 오른 347.31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FTSE100 지수도 0.38% 상승한 6284.52에 문을 닫았다.
반면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는 각각 0.34%, 0.28% 내린 1만259.59, 4533.18을 기록했다.
3일 연속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은행주들이 이날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악성대출이 줄고 자본 규모가 전문가 예상치보다 늘은 스탠다드차타드(SC) 주가가 한때 12% 급등했다.
석유메이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또한 올 1분기 수익이 5억3200만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 줄긴 했지만 1억4000만달러 적자를 보일 것이란 시장 전망을 깨면서 증시를 떠받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