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기준금리 인상 우려를 극복하지 못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장 초반 시가총액 1위 애플의 상승에 힘입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국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마감 직전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8포인트(0.21%) 내린 2048.04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8.01포인트(0.05%) 떨어진 1만7492.93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3.78포인트(0.08%) 하락한 4765.78로 거래를 마쳤다.
유틸리티 업종이 0.88% 떨어지며 하락을 주도했고 에너지와 통신 업종도 각각 0.65%와 0.51% 내렸다. 애플은 ‘아이폰 7s’ 부품 주문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소식에 1.27% 올랐고 종자업체 몬산토는 독일 바이엘이 620억달러(약 73조3336억원)에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식에 4.41% 상승했다.
◇ 5월 제조업 PMI 예상 밖 둔화
제조업 경기는 예상과 달리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마킷이 집계한 미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50.5로 전달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51.0로 소폭 오를 걸로 예상했었다. 이는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달 결과는 제조업이 2분기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려면 서비스업과 소비자들에게 또다시 의존해야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신규 주문지수가 52.0에서 51.6으로 떨어졌다. 생산지수는 2009년9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 FRB 정책위원들 ‘금리 인상’ 경고 지속
FRB 정책위원들은 이날도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먼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외교협회 연설에서 내년에 올해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는 "올해 남은 기간 두세 차례, 내년에는 이보다 한두 차례 더 많은 서너 차례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6월 금리인상 결정은 그전에 나오는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며 "3월 발표된 점도표(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모아 발표한 표)는 여전히 대체로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기준금리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 너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베이징 연설에서 미국의 노동시장 여건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금리인상 확률을 높여줄 수 있다며 "이것이 향후 정책금리 향방에 대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시각을 지지할 만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블라드 총재는 "미국 노동시장이 잘 작동하고 있으며 추가 금리인상의 부분적 걸림돌로 작용하던 글로벌 역풍들도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의 모든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미국 노동시장은 완전고용 또는 그 이상의 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존 탈퇴) 가능성이 FOMC의 금리인상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제유가, 이란 산유량 증대 방침에 하락…WTI 0.7%↓
국제 유가가 이란의 산유량 동결 거부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33달러(0.7%) 하락한 48.08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0.34달러(0.7%) 떨어진 48.3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것은 이란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란석유공사(NIOC) 최고경영자(CEO)인 로크네딘 자바디 석유차관은 22일(현지시간) 이란 메르흐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부는 현재로서는 석유 생산량 및 수출 확대를 멈출 계획이 없다"며 "산유량 확대 계획은 지속 중"이라고 밝혔다. 산유량이 경제제재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기 전까지는 산유량 동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자바디 차관은 올 여름에 하루 원유 수출량이 220만배럴까지 증가할 것이며 현재는 200만배럴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 엔화 '무역수지 흑자·시장개입 중단 전망에 강세, 국제금값 나흘째 하락
달러가 FRB 정책위원들의 기준금리 인상 발언에도 불구하고 소폭 하락하고 있다. 반면 엔화는 무역수지 흑자와 주요 7개국(G7) 정상 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에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12% 하락한 95.23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오전 한 때 95.48수준까지 상승했지만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유로 환율은 보합권인 1.1227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달러/엔 환율은 0.94% 급락한 109.11을 가리키고 있다.
엔화는 무역수지 흑자와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에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4월 무역수지는 8235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수입이 10.1% 감소했지만 수입이 23.3% 더 크게 줄어든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전문가들은 26일과 27일 열리는 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1일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경쟁적인 통화 절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제 금값은 금리 인상 지지 발언 영향으로 나흘째(거래일 기준)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4달러(0.1%) 하락한 1251.5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10.9센트(0.7%) 내린 16.42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금값과 은값은 각각 1.6%와 3.5% 하락했었다.
구리 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 백금과 팔라듐 가격은 각각 1%와 1.6% 급락했다.
◇ 유럽증시, 유가·지표부진에 하락
유럽 주요국 증시가 유가 하락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하락했다. 반면 그리스 증시는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개혁안이 통과되면서 1.5% 상승했다.
범유럽지수인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전장 대비 0.52% 하락한 1319.51을 기록했다. 스톡스600지수는 전장 대비 0.39% 내린 336.69에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 우량주인 스톡스50지수는 0.99% 하락한 2932.93에 마감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장 대비 0.32% 하락한 6136.43에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0.66% 내린 4325.10에 마감했고, 독일 DAX 지수도 0.74% 하락한 9842.29를 기록했다.
마킷이 집계한 5월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52.9로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16개월 만에 최저치다. 시장은 53.2로 소폭 올랐을 걸로 예상했다.
독일과 프랑스만 개선양상을 나타냈다. 독일 종합 PMI 잠정치는 54.7로 전월(53)과 예상치(53.6)를 웃돌았다. 프랑스 역시 51.1로 전월(50.2)과 예상치(50.2)를 상회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