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와 국제 유가 하락 영향으로 급락했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특히 투자자들은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23일 브렉시트 투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을 팔고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는 모습이었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19.41포인트(0.92%) 하락한 2096.07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역시 119.85포인트(0.67%) 내린 1만7865.34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64.07포인트(1.29%) 급락한 4894.55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이번 주에 S&P500지수는 0.2%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도 1% 떨어졌다. 반면 다우지수는 0.3% 상승했다.
이날 증시는 국제 유가가 다소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급락세로 출발했다. 유가가 계속 낙폭을 키웠고 유럽 증시도 2% 넘게 하락하면서 초반 낙폭을 만회하는데 실패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가 붕괴되면서 에너지 업종 지수가 2.47% 급락했고 원자재와 금융 업종 지수도 각각 1.68%와 1.57% 하락했다. S&P500 10개 업종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8개 업종 지수가 1% 넘게 떨어졌다.
한편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 답변이 55%로 유로존 잔류 의견을 10%포인트(p) 앞섰다. 지난 4월 여론조사보다 탈퇴 여론이 4%p 증가했다.
◇ 소비자심리 소폭 하락, 현 상황지수 11년 만에 ‘최고’
소비자심리 지수는 소폭 하락했지만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미국의 6월 소비심리지수는 94.3로 전월보다 0.4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94.0보다는 나은 수준이다.
특히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지수는 예상과 달리 111.7로 1.8p 올랐다. 이는 지난 2005년 7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108.8로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반면 6개월 뒤에 대한 기대지수는 83.2로 1.7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 예상치 83.8을 밑도는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4%로 전월과 동일했다. 이는 201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전월대비 0.2%p 하락한 2.3%를 기록, 거의 50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설문을 진행한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5월 고용보고서에 나타난 대로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면 이는 소비심리와 지출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투자자들 ‘안전자산’으로 대거 이동
불안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으로 대거 이동했다. 이에 따라 금값과 엔화, 국채 가격이 이틀째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먼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3.2달러(0.3%) 오른 1275.90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제 금값은 이번 주에만 2.7% 올랐다.
세큐러 인베스터의 니코 팬텔리스 리서치 부문장은 "금값이 1260달러를 웃돌면서 이르면 다음 주에 1300달러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며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6.2센트(0.4%) 오른 17.22달러에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5.9% 급등하며 약 한 달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백금과 팔라듐은 각각 1.3%와 2.6% 하락했고 주간 기준으로는 각각 1.3%와 0.6% 떨어졌다. 구리 역시 이번 주에 3.9% 급락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와 스위스 프랑은 강세를 보인 반면 유로화 가치는 하락했다. 달러는 예상을 웃돈 소비자심리지수 영향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0.32% 하락한 106.74엔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엔/유로 환율은 약 8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스위스 프랑/유로 환율은 0.45% 하락하며 약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HSBC의 데이비드 블룸 FX 리서치 부문장은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다소 민감한 모습"이라며 "국채 수익률이 계속 하락하고 신흥시장의 주식이 내린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53% 상승한 94.57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5% 하락한 1.1257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채 수익률은 급락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독일과 일본 국채 수익률은 역대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다.
◇ 국제 유가, 달러 강세+공급과잉 우려에↓… WTI 50달러 붕괴
국제 유가는 달러 강세와 미국의 산유량 증가 우려로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49달러(3%) 급락한 49.07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주 전체로는 0.9% 상승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가격 역시 배럴당 1.43달러(2.8%) 내린 50.5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국제 유가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여기에 미국의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가 전주대비 3건 늘어나며 2주 연속 상승했다는 소식에 낙폭을 키웠다. 미국 셰일 업체들이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다시 생산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된 때문이다. 올 들어 미국의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는 매주 평균 10건씩 감소했었다.
◇ 유럽증시, 유가 급락·브렉시트 우려에 2%↓
유럽 증시는 국제 유가 급락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에 2% 넘게 급락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전날보다 2.4% 급락한 332.92를 기록했다. 이는 5월6일 이후 최저 수준이며 2월11일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주간 기준으로는 2.5% 하락했다.
독일 DAX지수는 254.25포인트(2.52%) 급락한 9834.62로 마감했고 프랑스 CAC지수도 98.89포인트(2.24%) 내린 4306.72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FTSE 지수는 116.13포인트(1.86%) 떨어진 6115.76을 기록했다.
이처럼 유럽 증시가 급락한 것은 불안한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채권시장으로 몰려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주요국 국채 수익률은 또 다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 때 0.010%까지 하락했다.
금융업종의 부진도 발목을 잡았다. 이탈리아의 방카 몬테는 6.5% 하락했고 유니크레딧과 방코 산탄데르도 각각 6.4%와 5% 밀렸다. 독일의 도이치뱅크도 4.7% 떨어졌고 프랑스 BNP 파리바 역시 3.4% 내렸다.
국제 유가가 원자재 가격 하락도 증시에 부담이 됐다. 이날 국제 유가는 2% 가까이 하락했고 주요 원자재 가격도 달러 강세 영향으로 약세를 보였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은 “브렉시트 여론조사 결과 찬반이 접전을 펼치고 있고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정책위원들이 올해 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도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