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대통령 당선 후 애플, "나 떨고 있니?"

조성은 인턴기자
2016.11.22 14:03

트럼프와 애플의 불편한 관계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주자가 한 유세장에서 애플 제품 보이콧을 제안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

"애플 제품을 보이콧 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가 선거 유세 중에 특별히 문제 삼았던 기업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IT기업인 애플은 유세기간 내내 트럼프의 집중 표적이 돼 왔던 터라 일각에서는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CEO 팀 쿡(Tim Cook)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 애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대선결과와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앞을 향해 나아가자"며 서둘러 사내 불안감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와 애플의 갈등의 시작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트럼프는 유세 중에 "애플은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는 애플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후 유세에서도 그는 "애플은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옮겨와야 한다. 애플은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애플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사실 애플의 해외 생산공장 문제가 화두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애플 CEO 스티브 잡스를 만나 "아이폰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가져오면 어떠냐?"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잡스는 "불가하다"며 오바마의 요청을 단번에 거절해 버렸다. 회사 입장에서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애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통령 유세 기간 내내 미국내 블루 칼라 노동자의 분노를 자극하며 애플의 해외 생산공장 문제를 정치적인 핫이슈로 끌어 올렸다.

그러자 애플은 지난 6월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과 중국 페가트론에 아이폰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페가트론은 비용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했지만, 폭스콘은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일본 경제매거진 니케이아시안리뷰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이러한 움직임이 트럼프의 비난을 의식한 처사라고 해석하고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상 애플은 해외 생산공장 이전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와 애플의 충돌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버나디노에서 테러범이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FBI(미 연방수사국)은 테러범이 사용한 아이폰에 테러 관련 정보가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애플에 잠금장치 해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애플은 보안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며 FBI의 요청을 거부했다. 심지어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이 내린 명령도 같은 이유로 불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이러한 애플의 입장을 맹렬히 비난하며 애플 제품 보이콧(=거부 운동)을 제안했다. 나아가 자신은 "아이폰 대신 당분간 삼성폰만을 쓰겠다"며 애플을 심하게 몰아 부쳤다. 이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와 애플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계속 애플 제품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그는 유세 당시 "애플이 암호화를 풀어줄 때까지 보이콧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고 애플은 아직 잠금해제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 중국이 환율조작국이라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역설했는데, 이로 인해 애플이 트럼프가 강조한 보호무역주의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해온 환구시보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사설을 통해 "만약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물리면, 중국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무역전쟁을 선포한 트럼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의 불똥이 애플에 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애플은 매출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애플의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애플 전체 매출의 4분의1을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뿐만 아니다. 애플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약 230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미국 내로 가져오지 않는 것을 두고 애플과 트럼프 사이에 갈등이 빗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회사들이 해외 보유 중인 현금을 미국 내로 환수하려면 보유액의 3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팀 쿡은 지난 8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35%의 세금은 말도 안되게 높다"며 "애플은 세율을 낮추지 않는 한 절대 미국 내로 현금을 가지고 들어오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는 9월 뉴욕경제클럽(Economic Club of New York)에서 "세금을 10%로 줄여주겠다"며 해외 보유 현금의 미국 내 환수를 촉진하는 유인책을 제시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상 이에 불응할 경우 트럼프에 항명하는 것으로 비춰져 둘 사이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한편 팀 쿡은 대선기간 중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대선캠프의 자금을 모금하는 등 적극적으로 힐러리를 지지하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다. 따라서 그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맞는 입장이 결코 편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주변의 생각이다.

세계 최대 강국의 대통령 당선인과 세계 최고 IT기업 간의 불편한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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