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은퇴자, '물'에 투자했다 쪽박 찼다

유희석 기자
2019.03.14 16:44

세계적인 수자원 기업 '하이플러스'…담수화 시설 만들며 영구채 발행<br>연6% 높은 이자에 투자 몰렸지만…5년만에 법정관리, 모두 날릴 위기

싱가포르 수자원 기업 하이플럭스의 투아스프링 담수화·발전 시설. /사진=하이플럭스

싱가포르를 대표하던 수자원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수만 명의 개인투자자가 투자금을 모두 날릴 위기에 처했다. 정부에 물을 공급하는 안정적인 사업이었던데다 금리까지 높아 투자가 몰렸지만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사업성 부족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공익사업청(PUB)은 최근 하이플럭스가 운영하는 투아스프링(Tuaspring) 해수담수화 및 발전 사업에 대해 불이행통지(notice of default)를 발송했다. 지난해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하이플럭스에 대해 앞으로 30일 이내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시설을 압류하겠다는 경고였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던 개인 투자자들은 망연자실의 상태에 빠졌다. 이들은 2014년 하이플럭스가 발행한 3억싱가포르달러(약 2513억원) 규모의 영구채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영구채란 이론상 만기가 없는 채권으로 사업이 망하지 않는 한 정해진 이자를 계속 지급한다.

당시 하이플럭스 영구채 금리는 연 6%에 가까운 고금리에다가 수자원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물부족 국가인 싱가포르에서 담수화 사업이 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이에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을 투자한 사람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싱가포르 정부가 투아스프링 담수화사업에 큰 지지를 보낸 점도 투자를 부추겼다. 2013년 9월 투아스프링 담수화시설 개소식에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비롯해 담당 장관, 공익사업청(PUB)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해 "싱가포르 수자원 역사에 획을 그었다"고 추켜세웠다. '나라의 수도꼭지'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러나 투아스프링은 단 한 번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정부와 25년의 물 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수익이 남질 않았고, 발전 사업은 오히려 적자였다. 결국 5년 만에 곳간은 텅 비었고, 남은 건 27억싱가포르달러(약 2조2614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뿐이었다. 2010년 말 21억싱가포르에 달하던 하이플럭스 시가총액은 주식 거래가 중단되던 작년 5월 1억6500만싱가포르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다행히 인도네시아의 살림그룹과 에너지 기업 메드코그룹이 구원자로 나서 5억3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대신 투아스프링 지분 60%을 인수하는 조건이다. 기존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분 감소로 투자금의 90%를 잃게 된다. 찬반 투표는 다음 달 5일 진행된다. 블룸버그는 "하이플럭스 개인 투자자로서는 막대한 손실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모든 것을 잃을 위험을 감수할지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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