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레이와' 시대 中日, 일단 전략적 협력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5.01 18:12

[평화의 시대 될까? '레이와' 일본]④ <br>'트럼프 변수'로 인한 밀착 흐름 당분간 이어질 듯 <br>중국 부상, 일본 우경화 추세로 대결 구도도 강화

[편집자주] 30여년 만에 일본에 새로운 왕, 나루히토가 즉위하며 레이와(令和, 연호) 시대가 열렸다. 일본은 지난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전쟁이 없었던 시기로 자평하지만,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우경화가 진행되며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태다. 국가의 상징인 새 일왕의 등장이 양국 관계를 비롯해 주요국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진단해본다.

1일 나루히토 왕세자의 새 일왕 즉위로 시작된 일본의 '레이와' 시대 중일 관계는 '우선 협력, 결국 경쟁'으로 요약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미국의 공세적인 외교에 대응하기 위해 당분간 관계 개선 추세가 이어지지만, 중국의 위상 강화와 일본의 우경화 속에 양국간 긴장도 역시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 흐름은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일제에 저항해 일어났던 5.4 운동 100주년 대회에서 '항일(抗日)'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5.4 운동이 한국의 3.1 운동의 영향을 받아 일어난 항일 운동임에도 '항일 정신'을 직접적으로 입에 올리지 않은 것이다. 대신 '애국'만 19차례 언급했다.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가 고려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 주석은 지난 27일 폐막한 제2회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기간 중엔 국가 정상이 아닌 고위급 대표단 가운데 유일하게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자격으로 시 주석을 만나면서 마주 앉아 의전상 중국측의 배려를 받았다는 평도 나왔다. 최근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칭다오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서는 해상자위대 최고 책임자가 욱일기를 단 호위함을 이끌고 참가했다. 일본 군국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욱일기'를 용인할 정도 중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전력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국유화를 계기로 단교까지 거론되던 중일 관계는 지난해 10월 중일평화조약 40주년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격히 회복됐다. 동력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무역전쟁을 필두로 외교, 경제, 국방 등 분야를 가리지 않은 미국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다른 강국인 일본의 힘이 절실하다. 원천 기술을 다량 보유한 일본은 미국이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 이전을 노골적으로 막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도 트럼프 변수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인 일본의 아베 총리와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면서도 무역 문제에 있어서 예외 없이 압박하고 있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에 일본도 다른 대안들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14억 인구의 거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같은 중일간 관계 개선 흐름은 '레이와' 시대에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상징적인 성격이 강한 일왕이 직접적으로 정부의 외교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중일간 밀착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역사적으로 경쟁 관계였던 양국이 여전히 아시아의 맹주, 이를 넘어서는 세계 강국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이겨내고 2050년 세계 최강국이 된다는 목표를 향해 전진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강국과의 마찰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도 아베 정권에서 우경화가 강화되는 추세다. 아베 총리는 최근 일왕 즉위 이벤트로 지지율이 반등하자 개헌 의지를 다시 드러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해외 순방 중이던 지난 24일 '신헌법 제정 의원연맹' 모임에 보낸 메시지에서 "레이와라는 새 시대가 시작된다"면서 "모든 자위대원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정치가의 책임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일본의 방위비도 7년 연속 증가해 올해 사상 최고액인 5조2574억 엔(54조6200억 원)이 편성됐다. 일각에선 아버지의 역사관을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받는 나루히토 신임 일왕이 일본의 우경화를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트럼프 변수, 중국의 부상, 일본의 우경화에 더해 새 일왕의 역사관과 존재감 등이 중일 관계를 끌어갈 주요 동력 중 하나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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