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환율로까지 번지면서 일본이 등 터진 형국이 됐다. 엔화 가치가 치솟아 증시까지 흔들리는 등 악재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엔고 저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환율 시장에 개입할 의사까지 내비치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달러대비 엔화 환율은 한 때 달러당 105.52엔을 기록, 엔화 가치가 1년4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106엔'이 무너지는 등 엔고 현상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닛케이는 이날 채권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회피 경향을 보이면서 매수에 돌입,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한때 전날대비 0.015% 낮은 마이너스(-)0.215%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0.2%대까지 떨어진 것은 2016년이래 처음이다. 게다가 일본 증시도 엔고 현상으로 2%대 급락세를 보이는 등 흔들리고 있다. 7일도 엔화는 달러당 106엔대에서 움직이면서 증시에 부담을 줬다.
닛케이는 엔고 현상의 원인으로 미국과 일본간의 금리차이가 축소된 것을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달 31일 10년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여기에 지난 5일 미국이 중국을 25년만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환율전쟁이 발발할 조짐을 보인 것도 안전자산인 엔화에 수요가 몰리는 원인이 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인하를 계속해서 압박하면서 다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일본이 금리를 더이상 인하할 실탄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전세계적인 긴축종료 흐름에도 동참하지 않고 나홀로 초저금리를 유지해왔다. 초저금리로 엔화 약세를 유도해 기업 실적을 개선시키고, 아울러 물가 상승도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그동안 물가상승률은 목표치 2%에 못미치는 1% 수준에 머물렀고, 그 사이 미국의 금리인하와 무역전쟁 격화 등 악재만 맞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일본이 출구전략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닛케이도 "연금 등 운용에 어려움이 생기고 은행 수익도 압박을 받을 것"이라면서 "장기 금리 역시 계속해서 목표치를 벗어나면, 일본은행의 금리 유도 능력 또한 의구심을 사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은 '1달러=105엔선'까지 엔화 가치가 치솟으면 정부가 환율 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은행이 엔고현상을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의 위협 요소로 보는 등 추가 완화에 대한 부작용보다 엔고의 단점을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월가에서는 달러대비 엔화가 3개월래 달러당 103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이같은 개입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일본은행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날 재무성 관료들은 총리 관저에서 환율 관련 대책회의를 가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달러당 106엔선이 무너지면서 일본 당국이 환시장에 비공식적으로 개입하는 '스텔스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환율 조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일본 정부가 공적연금(GPIF)를 통해 해외채권 매입으로 엔화 가치 상승을 억제하려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