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트럼프 거절 힘든 이유…"美원조가 생명줄"

정한결 기자
2019.10.01 17:08

크림 병합 사태 이후 미국 막대한 돈 지원…지원 없으면 정치적 불안정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우크라이나에서는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군사지원이 우크라이나에서는 "생명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안보 소식통을 인용, "미국의 지원이 우크라이나 군대에는 생명줄"이라면서 "오합지졸에서 (러시아의) 도발을 방지하는 군대로 육성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늘렸다. 지난 5년 간 제공한 액수만 150억 달러에 달한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직후에는 경제발전·반부패 분야를 지원했지만, 크림반도 합병한 뒤에는 안보에 집중했다. 저격총, 유탄발사기, 대(對)포병 레이더, 야간투시경, 의료장비 등 무기 및 군수품은 물론, 지휘통신체계와 군사 훈련, 군수지원활동 등에 대해서도 지원한다.

애쉬 카터 전 국방부 장관은 "미국의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는 현재의 상태에 절대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군대가 전문성을 갖추도록 국방부의 부패를 제거하며 군대를 훈련시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러시아 분리독립세력이 아직 우크라이나에 남은 가운데 미국의 원조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한다. 미 국방대의 마리야 오멜리체바 교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켜준다는 사실이 막대한 심리적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지원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의 추가도발과 독립세력을 억제해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부터 미국의 재블린(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구매하고 싶다고 집요하게 요청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논란이 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재블린 추가 구매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은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고 거부해오다가 러시아가 국경에서 군대를 철수하자 지난해 210대를 판매했다.

사무엘 차랍 전 국무부 선임고문은 "재블린을 구매하는 것이 러시아에 대응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 국경 반대편에 배치되면서 실질적인 군사적 가치는 제한된 상황"이라면서 지적했다. 카터 전 장관도 "군사적인 의의보다는 (내부 갈등을 완화하는) 정치적인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3억9000만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원조금 미지급분을 보류하라고 명령했으며,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권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 몰린 것이다.

결국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당국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원조를 중단했고 우크라이나에는 바이든의 수사를 압박했다"면서 "정치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고 고발하며 현 탄핵 정국이 시작됐다. 탄핵 조사에 착수한 미 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정확히 언제 원조 중단을 결정했는지 그 일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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