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키이우=AP/뉴시스]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러시아가 휴전 종료 직후 키이우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2026.05.12.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1415033419076_1.jpg)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차와 화포 중심의 재래식 전쟁을 드론과 로봇, 인공지능(AI) 중심의 첨단 기술 전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기술 전쟁으로 진화한 러∙우 전쟁의 전술 교리 변화상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전략적 열세를 보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민군 협력 체계를 살펴봤다.
발발 4년을 넘긴 러∙우 전쟁에서 드론과 로봇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 4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무기 제작자의 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처음으로 보병 투입 없이 무인 드론과 지상 로봇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며 "전장의 미래는 이미 현실이 됐고, 우크라이나가 그 미래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인 기술 체계가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되면서 전술 교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변화는 지상전 전술이 '선 무인체계, 후 유인 병력'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과거엔 보병이 적진 주변을 정찰하고 이후 후방 부대가 진격해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젠 드론이 먼저 투입돼 적의 위치와 참호, 건물 내부, 매복 가능 지역 등을 확인한 뒤 병력이 움직인다. 또 적진을 향한 돌격도 기관총이나 중화기를 장착한 전투 로봇이 먼저 수행하고 병사들은 이후 상황을 정리하는 역할만 맡는 단계에 이르렀다.
자폭 드론도 전장을 변화시킨 기술이다. '1인칭 시점(FPV)' 자폭 드론이 투입되면서 1~2명의 드론병만으로도 적의 전차나 장갑차, 야포, 대공화기, 참호 내부의 보병까지 타격할 수 있게 됐다. 병력을 밀집 배치할 경우 자폭 드론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고 피해도 커져 소수 병력 중심의 분산 배치가 불가피해진 것도 주요 변화다.
드론은 기존 전차 중심의 기갑 전술 교리도 바꿔놓았다. 전장에서 드론-전차 협동 운용 및 대드론 방어가 중요해진 것이다. 자폭 드론으로 인해 위치가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더 이상 전차 단독으로 전방을 돌파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드론이 먼저 적 위치와 매복 여부를 확인한 뒤에 화력 지원 등을 위해 투입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전차들은 드론 방어를 위해 상부에 '콥-케이지(Cope Cage)'라는 장갑을 설치하거나 전파 방해를 위한 '드론 재머' 장착이 필수가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밖에 포병 전술도 변했다. 과거엔 정찰을 통해 적의 위치를 확인하고 포병에 전달해 사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FPV 드론이 투입돼 적 기지나 목표물에 대한 실시간 영상을 제공하면서 수 분내 타격이 가능해졌다. 반대로 포병 부대 역시 적 드론에 발견되기 쉬워져, 화포가 더 이상 한 곳에 머물 수 없게 됐고 몇 발 사격한 뒤 즉시 이동하는 '슛 앤드 스쿠트(Shoot and Scoot)'가 기본 전술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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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문가인 채승병 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드론이 적의 동태를 밀착 감시하고 만약 전차가 들어오면 즉각 자폭 드론들이 집중 타격을 하기 때문에 전선 돌파가 훨씬 어려워졌다"면서 "무인 무기 체계가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전술이나 전력이 모두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에 러∙우 전쟁의 교착 상황은 더욱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4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모스필모프스카야 거리에 있는 한 아파트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은 뒤 잔해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2026.05.04.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1415033419076_2.jpg)
우크라이나는 신속한 기술 도입으로 러시아에 대한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러한 기술 도입이 가능했던 민군 협력 모델이 주목받는다.
우크라이나의 방산 혁신 플랫폼 '브레이브1(brave1)'는 민군 협력 체계 운영의 핵심으로 꼽힌다. 브레이브1은 정부가 주도하지만 민간 기업이나 스타트업,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군부대를 직접 연결해 기술 개발과 실전 적용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산 클러스터에 가깝다.
브레이브1의 규모도 빠르게 확장됐다. 출범 초기에는 수백 개 수준의 스타트업과 개발팀이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2000여 개의 팀과 기업이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전통 방산기업이 아니라 민간의 IT, 로봇, 전자, 통신, 제조 분야 소규모 스타트업이다. 브레이브1은 이들에게 소액의 보조금과 실증 기회를 제공하고 실전을 통해 검증된 기술을 빠르게 공유∙확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브레이브1 외에도 우크라이나의 디지털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민군 협력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는 유럽 기업들의 IT 아웃소싱이 활발한 국가로, '유럽의 코딩 공장'으로 불릴 만큼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엔지니어 인력이 풍부했다. 또 전쟁 초기부터 서방으로부터 무기뿐 아니라 정보, 위성, 통신, 부품, 훈련 지원을 받았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은 "특히 유럽 방산 기업들과 우크라이나 방산 스타트업 간의 협업체계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실제로 독일 방산 기업들은 실전 데이터와 기술을 보유한 우크라이나 스타트업에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독일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형태로 새로운 민군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