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아만다 샤오 유라시아그룹 중국사업부 이사·보니 S. 글레이저 미국 독일 마셜 재단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이사,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중국은 왜 기다리는가'
![[타이베이=AP/뉴시스] 14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베이 국민당(KMT) 당사 앞에서 시위대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정리윈 주석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이 설치한 펼침막에는 “중국판 한정 평화 프레임”이라고 적혀 있다. 2026.04.14.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1516202465711_1.jpg)
중국이 대만 문제를 당장 군사적 침공으로 해결하기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장기 전략을 취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만다 샤오 유라시아그룹 중국사업부 이사와 보니 S. 글레이저 미국 독일 마셜 재단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이사는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중국은 왜 기다리는가(Why China Waits)'에서 "중국은 대만 문제를 즉각적인 군사 행동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장기적인 힘의 축적과 정치·경제·심리적 압박을 통해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 한다"고 진단했다.
저자들은 먼저 중국의 대만 전략이 단순한 군사적 판단이 아니라 국제질서 전반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힘의 균형이 점차 미국에 불리하고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본다. 중국 지도부는 서구 민주주의가 정치적 혼란과 정책 실패를 반복하는 반면, 중국식 통치 모델은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이러한 자신감이 최근 더욱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압박과 기술 제재,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경제·기술 역량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무역전쟁 과정에서 보복 관세와 희토류 수출 제한을 활용하며 워싱턴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고, '딥시크(DeepSeek)' 같은 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의 등장으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이러한 흐름이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베이징의 판단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중국 지도부는 지방정부 부채, 디플레이션, 부동산 시장 위기, 생산성 둔화 등 구조적 위험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5개년 계획에서 중국 경제가 직면한 '숨겨진 위협'과 미국의 견제를 뜻하는 '패권주의 위협'이 언급된 것은 중국 내부의 불안과 우려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결국 중국은 자신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가진 상태에서 대만 전략을 신중하게 설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들은 베이징의 대만 전략의 핵심을 '인내'로 제시했다. 중국은 자국의 힘이 더 강해지면 미국과 대만의 저항 의지가 약해지고, 중국의 국력 확장이 대만 국민들에게 통일의 혜택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과의 무력 충돌이 수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 정권 안보를 위협하는 국내 불안정, 심각한 국제적 고립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따라서 중국은 대만 문제를 당장 전쟁으로 해결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압박과 회유를 병행하며 대만의 선택지를 좁혀가려 한다는 주장이다.
대만 내부 정치 역시 중국 지도부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지도부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을 강경한 독립주의자로 보고 있으며, 그가 현재 입법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야당인 국민당은 소수 정당인 대만인민당과 함께 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라이 총통의 정책 추진에 강력한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찬성 국민당 주석이 중국 정체성과 '1992년 합의'를 명확히 수용한 지도자라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부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만 내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는 점도 중국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저자들은 대만에서 실제 안보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가 대만 여론 변화에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방위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피하면서 대만이 미국의 안보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또 대만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흐름이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대만 지원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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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대만 전략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는 대만 국민이 미국의 안보 제공에 불안감을 느끼고, 자력 방어에 회의감을 갖게 되며, 중국에 대해 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만들려는 전략이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대만 사회가 피로감과 불안감 속에서 중국과의 타협을 현실적 선택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장기 목표라는 것이다.
다만 저자들은 다가오는 2028년이 중국 전략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만약 2028년 대만 총선에서 라이칭더가 재선 되고 민진당이 입법부 과반까지 확보한다면 대만은 방위력 강화와 독립 주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같은 해 미국 대선에서 중국에 보다 강경한 지도자가 등장할 경우 중국은 기존의 인내 전략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자들은 대만과 미국의 정치·외교·안보 상황이 레드라인에 접근한다고 인식될 경우 중국은 언제든 더 강압적인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총성이 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대만의 자율성이 결코 안전한 것은 아니다"며 "중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경제·심리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고, 2028년은 전략이 조정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