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연임을 막고 나섰다.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였던 마두로 정부가 굳건하게 버티면서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년 임기의 새 국회의장을 뽑기로 돼 있던 이날 과이도 의장은 경찰의 저지에 막혀 국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날 진압 장비를 갖춘 채 국회를 포위한 경찰은 출입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며 여당 의원과 친 정부 언론 등만 들여보냈다. 과이도 의장은 국회를 에워싸고 있는 뾰족한 철책 너머로 기어올라가려다 수차례 밀려나기도 했다.
결국 과이도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마두로 측 인사인 루이스 파라 의원이 새 의장이 됐다. 파라 의원은 원래 야당 소속이었으나 과이도에 등을 돌린 뒤 최근 뇌물 수수 등 부패에 연루된 혐의로 당에서 제명된 인물이다. 이날 표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으나 마두로 대통령은 "국회가 새 의장을 뽑았다"며 의장 취임을 강행했다. 로이터통신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즉석 투표는 거수로 진행됐으며 규정에 따라 개별 투표수는 세지 않고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로써 유일하게 마두로 정권에 장악되지 않았던 여소야대 국회마저 그의 통제 아래 놓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월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과이도 의장은 2018년 대선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 유고 시 국회의장이 권한을 승계하는 헌법에 따라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자처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곧바로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그는 마두로 퇴진 운동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경제 및 석유 제재로 마두로 대통령을 자연스레 축출하려던 미국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올해 12월로 예정돼있는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마두로 정권을 몰아내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이날의 표결을 불법행위로 나타내며 마두로 정권을 강력히 비판했다. 마이크 코잭 미 국무부 차관보는 "후안 과이도의 국회 진입을 불법적으로 가로막은 마두로 전 정권의 필사적인 행동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이날의 표결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라 과이도는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