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에 보낸 편지 "아내 등 가족의 개입은 없었다"… 경유국 터키, 관계자 7명 체포

일본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레바논으로 탈출한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의 도주 과정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오는 8일로 예정된 그의 기자회견이 더욱 주목받는다.
곤 전 회장은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보낸 짧은 성명에서 자신의 레바논행에 가족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 아내 캐럴과 다른 가족이 나의 일본 출국에서 역할을 했다는 언론 보도는 거짓"이라며 "이러한 모든 추측은 정확하지 않다. 나는 혼자 출국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프랑스 르몽드 등은 곤 전 회장이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를 이용해 일본을 탈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악단을 가장한 민간경비업체 사람들이 들고 온 악기 케이스에 몸을 숨겨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곤 전 회장의 아내인 캐럴(52)의 역할이 컸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캐롤이 터키와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이부동생과 함께 곤 전 회장의 탈출을 전반적으로 기획했으며, 곤 전 회장이 전용기를 타고 일본에서 몰래 터키로 출발할 때 같이 있었다는 내용도 나왔다. 하지만 캐럴 역시 "곤이 악기 케이스에 숨었다는 말은 완전한 소설"이라고 부인하면서도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터키에서는 곤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7명이 체포됐다. 터키 당국은 이날 조종사 4명과 운송회사 매니저, 공항 직원 2명 등을 체포했다. 이들은 일본을 탈출한 곤 전 회장의 자가용 비행기가 터키 이스탄불 공항을 경유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혐의를 받는다.
이 때문에 곤 전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빠져나온 경위와 방법 등을 상세히 밝힐지 주목된다. 곤 전 회장은 8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날 곤 전 회장은 일본 사법제도에 대한 비판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곤 전 회장은 일본의 '정치적 박해'로부터 도망쳤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31일 성명에서 곤 전 회장은 "나는 유죄를 전제로 취급받았다"면서 "차별이 만연하고 기본적인 인권이 무시되는 부정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아니게 됐다. 나는 불공정과 정치적 박해로부터 도망쳤다"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의 다음 일본 재판은 16일로 예정돼 있다. 일본 검찰은 외교 경로를 통해 레바논 정부에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인터폴이 곤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레바논 정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레바논 당국은 곤 전 회장의 입국이 합법적이었다는 입장이어서 신병 인도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일본과 레바논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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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법제도의 '유죄 추정'이 뿌리깊다는 비판도 나온다. 죄를 인정한 용의자는 빨리 구속에서 풀어주지만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은 자백할 때까지 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죄만을 계속 주장하던 곤 전 회장은 108일 장기 구속됐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는 "경제 관련 범죄에서 용의자가 유죄가 확정되기도 전에 장기구금되는 사례가 전세계에 알려지면 해외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일본에 오는 것을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일본 사법당국에 구속됐다.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 혐의를 받고 있다. 10억엔(약 106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해 3월 풀려났으나, 이후 약 한달 만에 재구속됐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약 53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4월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다 레바논으로 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