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이집트를 철권통치하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실각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숨졌다. 향년 92세.
BBC와 이집트 국영TV 등에 따르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사망했다. 그는 수도 카이로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최근까지 집중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장성 출신인 무바라크는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내다가 사다트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암살되면서 1981년 10월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집권 초기 전임 대통령 암살에 따른 정국 불안을 이유로 계엄령을 발동해 시민들의 자유를 박탈했고, 반체제인사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통치 기간 중에는 실업률이 치솟는 등 자국 경제도 좋지 않아 국민들의 불만이 계속 이어졌다.
그 후 30년간 장기 집권한 무바라크는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당시 거센 퇴진 시위에 직면, 결국 대통령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벤 알리 튀니지 전 대통령(2019년 9월 사우디 망명 중 사망)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2011년 10월 반군에 의해 사망)와 함께 '아랍의 봄' 민주화운동을 통해 축출된 대표적인 독재자로 꼽힌다.
국내적으로는 독재자라는 비난을 샀지만 국제적으로는 사다트 시절에 탈퇴한 아랍연맹에 복귀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등 중동 평화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미국과 가깝게 지내는 외교 정책을 펼치며 안보 측면에서는 이집트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또 집권 당시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지도자로도 유명했다. 북한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에 전투기와 조종사를 지원했고 당시 공군참모총장인 무바라크와는 꾸준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고인은 아랍의 봄 때 900여명의 시위대원들을 살해하라고 보안군에 지시를 내렸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나중에 무죄로 번복돼 2017년 3월에 석방됐고 군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