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6주 만에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워싱턴주에서만 6만여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각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전쟁태세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늦은 오후 기준 미 전역(37개주 및 워싱턴 D.C.)코로나19 감염자 수가 1000명을 넘겼다. 사망자 수는 총 31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곳은 워싱턴주로 279명이 집계됐다. 이어 캘리포니아(178명), 뉴욕(173명) 등이 확진자 수 100명을 넘겼다.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서 확진자가 1000명 이상 나오면서 전염병이 광범위하게 퍼졌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를 지났다"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검사 진단 키트를 더 많이 내놓는다면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까지 미국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주는 14개주다. 뉴욕,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인디애나, 켄터키, 메릴랜드, 유타, 오리건, 워싱턴, 뉴저지, 매사츄세츠, 콜로라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 소속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10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확진자 수는) 증가할 것"이라며 "우리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자유롭게 하던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그것은 아직까지 사례가 나오지 않은 주든, 한 건의 사례만 나온 주든 상관 없다"고 말해 향후 미국에서 확진자가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란 점을 시사했다.
CNBC에 따르면 워싱턴주는 바이러스 억제를 제대로 못할 경우, 5월까지 확진자가 6만4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각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은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연방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각 주로 하여금 효과적인 질병 통제를 위해 특정 연방법이나 주법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면, 보건당국 공무원들이 공개회의를 열 경우 정족수를 충족해야 한다는 규정을 유예하거나 의사나 간호사 외 특정 전문가 인력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등이다. 또 주 정부가 보다 쉽게 그들 스스로 긴급 정책을 만들 수 있다.
뉴욕주는 확진자가 많이 나온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뉴로셸(New Rochelle) 지역의 한 유대교 예배당을 중심으로 반경 1마일(1.6km) 지역을 봉쇄지역으로 설정, 2주간 이 지역 내 학교와 커뮤니티 시설, 종교시설을 폐쇄한다.
뉴욕주는 또 주 방위군까지 투입해 폐쇄된 지역을 중심으로 소독 작업을 벌이는 한편 자가 격리 중인 주민들에 식량 등을 전달한다. 다만 사람들의 출입 자체는 막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 뉴욕에서 4월로 예정됐던 120년 전통의 뉴욕오토쇼는 8월로 연기됐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해 83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내놓는 등, 세금 간면, 유동성 공급, 금리인하 등 각종 부양책을 잇달아 제시중이다.
코로나19 확산은 미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 경선 주자로 나서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은 10일 저녁 예정됐던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유세를 취소했다.
다수의 군중이 실내에서 밀집되는 환경은 되도록 피하라는 보건당국 권고에 따라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유세 당사자들인 두 사람은 70대로 CDC가 권고하는 코로나19 취약층이기도 하다.
오는 15일 애리조나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양 후보의 TV 토론 생중계역시 방송은 진행하되 방청객 없이 진행키로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확진자 1만명을 넘긴 이탈리아와 같은 전면 봉쇄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
컬럼비아 대학 국립재난준비센터 어윈 레드너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정부가 취한) 그것은 계엄령에 해당하는데 이는 우리가 이론적으로 갖고 있는 '자유'와 정반대"라며 "미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한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이탈리에 대한) 여행 경보 상향 관련해서는 사실을 따를 것"이라며 "백악관 태스크포스의 결정에 따라 적시, 적절하게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그대로 그날 그날 (상황에 따른) 고려 사항"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미국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현재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 '여행재고' 수준을 유지중이고 대구 지역에 대해서는 4단계 '여행금지'를 유지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