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간선거 고려, '대화·군사압박' 투트랙 전략 대응
이란, 종전조건 역제안… 이스라엘은 휴전 우려 공세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이란 에너지시설에 대한 닷새의 공격유예 기한이 다가오며 중동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는다. 미국에선 전쟁종료 준비를 시사하는 발언과 거친 압박의 발언이 동시에 나오는 반면 이란은 미국과 협상 자체를 부인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이란이 평화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열린 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행사에서 "이란은 협상 중이며 합의를 간절히 원한다"며 "자국민에게 살해당할까 봐 두려워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란 핵프로그램을 '암'에 비유하며 미국이 제거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쟁목표를 이미 달성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전쟁의 출구를 만들어둔 셈이다.
좀더 나아간 소식도 들린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 소식통의 말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이란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앞서 제시한 4~6주의 시간표를 지킬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번 주말이면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 4주일이 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한 한 소식통은 대통령이 '다음 과제'로 넘어갈 준비가 된 것같다고 말했다.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전달받은 미국의 종전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공식적으론 미국과 협상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 국영TV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의 조건에 따라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며 "보장 없는 정전은 전쟁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이 제시한 종전을 위한 15개 조건을 거부하고 이란 공격·암살 완전중단, 전쟁 재발방지를 위한 메커니즘 수립, 전쟁 피해배상 등 5개 조건을 새로 제시했다.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미국과 함께 공습을 벌인 이스라엘은 다급해졌다. 이날 이스라엘의 채널12 방송은 고위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빠르면 이번주 토요일(28일) 이란과 휴전을 발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 지도부는 휴전 이전에 이란에서 최대 공격성과를 거두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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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협상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미 육군 정예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약 2000명을 포함해 지상군 7000명을 중동에 배치하며 이란을 강하게 압박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이란에 합의를 촉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빈말을 하지 않는다. 지옥 같은 보복을 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협상상대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소셜미디어 X에 "적들이 역내(중동) 국가의 지원을 받아 이란의 섬 하나를 점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들이 어떤 조처를 한다면 해당 지역 국가의 모든 핵심 인프라에 끊임없는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이날 소식통의 말을 인용, 이란이 하르그섬 주변에 대인지뢰와 대전차 지뢰 등 함정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군관계자는 이란 반관영매체 타스님통신과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 외에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전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란 간에 오가는 발언들은 각자의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정부는 11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가급등, 공항대란 등 셧다운(정부 일시업무정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란 공습에서 핵심 지도부를 제거하고 군사 인프라를 크게 파괴하는 성과를 얻은 상태다. 이란은 석유가 몇 안 남은 압박수단일 수 있어 유가를 높게 유지하는 게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정권유지를 위해서도 대미 강경기조가 필요하다.